목록박수무당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주인공 김선우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역할이니, 이장일이라는 캐릭터가 근본적으로 아주 선한 인물일 수는 없었습니다. 김선우의 선량함이 부각되면 될수록, 상대적으로 이장일은 악역일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요즘의 악역은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고뇌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 일으킵니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선량한 주인공보다, 오히려 야누스적인 내면과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악역 캐릭터에 많은 시청자는 열광하곤 하지요. 이장일은 분명 그런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의 축'은 따로 있었습니다. 중견탤런트 김영철이 연기하고 있는 진노식 회장이 그 인물이죠. 그러..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플롯이 생각보다 더욱 복잡하고 탄탄하게 짜여져 있음을 7회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윤두수의 딸 초옥과 구미호의 딸 연이, 두 소녀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얽히게 하여, 괴질로 죽어가는 초옥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이가 필연적으로 희생되어야 한다는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았지요. 그래서 초옥을 살리려는 윤두수의 부정(父情)과 연이를 살리려는 구미호(구산댁)의 모정이 충돌했고, 아이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매순간의 전개는 숨막히도록 긴박했습니다. 그 와중에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남녀는 얄궂게도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안타깝게 엇갈리는 감정선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초반의 설정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앞으로는 윤두수 일가..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을 천근 만근으로 짓누르는 돌덩이를 네가 알겠느냐? 부질없는 줄을 알면서도 나는 너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나도 원래 이렇게 나쁜 사내는 아니었노라고, 너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다고, 소리없이 너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내 딸을 살리기 위해 네 딸을 죽이려 하는 내가, 너에게 사랑도 은인도 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자식을 둔 아비로서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 하고 싶지만, 너 또한 자식을 둔 어미이기에 그럴 수도 없구나. 내 딸을 위해 제물이 될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연이를 수양딸로 삼아 초옥이와 차별 없이 길렀을 텐데... 나는 너와 연이에게 평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을 텐데... 사람의 일이란 간절한 소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