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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참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부산행'... 한국형 좀비 영화라고 해서 내 취향은 아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모처럼 외출이나 해보자 싶어서 개봉일에 맞춰서 갔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볼만했다.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투와 탈출의 과정 등이 제법 긴박감 넘치게 그려졌고, 새롭지는 않아도 절실한 주제의식이 한층 뚜렷이 드러났다. 냉정한 워커홀릭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유치원생인 딸 수안(김수안)과 홀어머니(이주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수안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부산에 있는 엄마를 꼭 만나게 해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아빠가 바쁘면 자기 혼자서라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으니 허락만 해달라는 딸의 애원에 미안해..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대한민국에 유입된 후, 발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가공할 전파력으로 온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마치 재난 영화 '감기'의 한 장면처럼, 믿을 수 없지만, 이것은 지금 우리의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채 입국한 최초의 환자는 오직 1명뿐이었으나, 초기 대응 부실로 방역망이 뚫리면서 전국 곳곳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진된 환자들 뿐 아니라, 감염 의심 대상자로 선정되어 격리 조치된 사람만도 수천 명이 넘으니, 이쯤 되면 국가적 재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혹시나 좋은 소식이라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