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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눈에는 단 한 번도 곱게 보인 적 없던 인물이 안내상입니다. 그는 힘을 잃고 움츠러든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과 초라한 가장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별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뻔뻔스런 민폐와 진상 행각을 해대던 모습도 밉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급격히 변화한 모습도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내상이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던 회차의 방송을 보며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전형적인 방법으로 억지 감동을 짜내려는 듯한 구성에 실망만 느껴졌습니다. 이건 정말 김병욱 PD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드디어 처..
무조건 몸을 혹사시키거나 멤버들을 골탕먹인다고 재미있는 게 아닌데, 요즘 '남자의 자격'은 이상하게 연거푸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 대실패로 끝났던 마라톤 몰래카메라카는 이경규의 아이디어였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당한 발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제 머리에는 "끝까지 완주한 양준혁에게 '몰카였다'고 말해 주면 과연 약올라하고 억울해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지요. 어차피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완주한 후에는 메달과 증서가 수여되며 그보다 더 값진 보람도 누리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몰카였고 아니고가 중요한가요? 예정대로 성공했다 해도 별 임팩트가 없었을 기획이지만, 그나마 수많은 인파에 밀린 이경규와 제작진은 제대로 몰카를 찍지도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요. 덕분에 모든 멤버들이 ..
2010년 KBS 연예대상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이경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김성민 사건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지라 그 영향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라던 후보에게 상이 돌아가서 매우 기쁘고 흐뭇합니다. 방송인 이경규를 보면 대한민국 코미디와 예능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브라운관에서 그를 보았지요. 지금은 비교적 후덕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젊은 시절의 이경규는 이윤석과 비슷할 정도로 굉장히 깡마른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주병진과 더불어 콩트를 하던 중에 이경규가 종아리를 맞는 설정이 있어서 바지를 걷어올렸는데, 다리가 얼마나 앙상하던지 주병진이 "아니, 왜 물구나무를 서셨습니..
'남자의 자격' 출범 초반에 이윤석의 위치는 상당히 애매했고, 그의 모든 노력 또한 그저 안스럽기만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완전히 침체기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남격'의 실질적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뜻밖이면서도 굉장히 반가운 일입니다. 예전에 '남격'에서 추진했던 에피소드는 '극도로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프마라톤, 전투기 체험, 지리산 등반 등... 웬만한 체력을 가지고는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강도 높은 미션들이었지요. 자타 공인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갖고 있는 이윤석으로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기 어려웠던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국민약골..
'남자의 자격'에서 드디어 대한민국 예능계의 20년 숙원(?)을 풀었습니다. 예능의 대부이며 눈치 100단의 베테랑인 이경규, 몰래카메라의 상징인 그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지요. 사실 이 말은 그들이 스스로 한 말이고, 저는 그게 뭐 20년 숙원이라고까지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언제나 속이는 쪽이었던 사람이 속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약간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유쾌함보다 불편함이 더 큰 방송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오버스럽게 표현된 것처럼 이경규를 속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즐겁고 통쾌했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별로 못 느끼겠더군요. 그의 나이가 이제 51세인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루를 꼬박 굶는 미션이 과연 건강에 무리를 가..
1월 31일에 방송된 '남자의 자격, 아날로그편'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블로거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 언제나 그분의 글을 감탄하며 읽곤 하지요. 어제도 그 설득력 있는 글솜씨에 빨려들어가며, '남자의 자격'이 혹시라도 '패떴'처럼 침몰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 방송을 못 본 상태였거든요. 뒤늦게서야 방송을 보았습니다. 그 기사에서 읽었던 대로 '아날로그'편에서 출연자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퍼질러 앉아서 자기들의 옛 추억이나 곱씹으며 수다판을 벌이다가, 밥을 지어서 먹고 쉬고... 그러고 그만이었습니다. 만약 이게 정상적인 방송분이었다면, 그야말로 제작진이고 출연진이고 제정신이 아니라 할만했지요. 그러나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
윤형빈씨, 그 동안 '남자의 자격'에서 많이 힘들고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매우 공격적인 캐릭터 '왕비호'로 전성기를 맞이한 개그맨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 이미지를 고수할 수도 없었고 쉽사리 다른 캐릭터를 창출해낼 수도 없었으니까요. 거대한 선배들과 함께 하는 막내의 입장인데다가, 윤형빈씨에게 익숙한 전문 개그프로와는 완전히 성격을 달리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니까 적응도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보기에 형빈씨는 철저한 노력과 준비로 승부하는 사람 같았어요. 왕비호 개그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진장 많았을 거예요. 독설 개그라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장르(?)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형빈씨는 대상이..
이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은 험난한 주말 예능판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안스러운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국민약골' 이윤석입니다. 어제 방송되었던 '마라톤 편'을 보고,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연 저 사람의 고통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구요. 우선 제 생각에 이윤석과 대조적으로 '남자의 자격' 최대 수혜자를 말해본다면 김태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룹 '부활'의 리더... 전설속의 로커... 그저 그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갈 뻔했던 그의 이름은 '남자의 자격'으로 인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를 모르던 아이들과 청소년들마저 이제는 그의 이름만 들으면 환호성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체' 컨셉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국민할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