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공연기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김선우(엄태웅)가 시력을 회복한 후의 모습으로 이장일(이준혁) 앞에 나타나 본격적인 복수의 서막을 알렸으니, 앞으로는 엄태웅의 동공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듯합니다. 이장일과 이용배를 불러내서 마치 "내가 돌아왔다!"고 선포라도 하듯이 보여주었던 섬뜩한 그 연기가 마지막이었나봐요. 스토리의 흐름이나 설정으로 봤을 때는 어째서 그와 같은 만남이 필요했는지 썩 납득이 안 가는데, 아마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그 소름돋는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엄태웅의 맹인 연기는 단지 동공뿐만 아니라 온 몸과 표정에서부터 생생히 전해져 오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오래 전, 안재욱의 데뷔작이었던 '눈 먼 새의 노래' 이후 더 이상의 맹인 연기를 볼 수는 없을 ..
복수극의 지존이라는 엄태웅의 칭호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차가운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의 내면을 이보다 더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까요?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맹인 연기에 도전함에 있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음이 엿보입니다. 눈을 뜨고 있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허한 눈동자를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했는지, 각종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는 '엄태웅 동공연기'라는 단어가 떠올랐군요. 엄태웅은 눈동자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과 언어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갑작스레 눈이 멀어버린 사람의 절망과 공포를 나타냈고, 차츰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싹트기 시작하는 통렬한 분노와 복수심을 형상화시켰습니다. 엄태웅의 명품 연기와 더불어 '적도의 남자' 5회는 방송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