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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유일하게 깊은 애정을 갖고 시청하던 드라마 '49일'이 대단원을 1회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반전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것일 줄은 단 한 차례도 상상해 본 적 없었습니다. 물론 19일 밤에 방송될 마지막회를 보아야만 확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요. 혹시라도 최악의 결말이 나올까봐 무척 염려가 됩니다. 저는 신지현이 다시 살아나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지현이가 자신과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해서 뾰로통하는 한강의 모습도 귀여웠습니다. 서운하지만 그래도 지현이에게 다가서는 길을 다시 첫걸음부터 열심히 걷기 시작하는 한강의 성실한 사랑이 너무 아름답고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신지현은 놀랍게도 지난 47일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머지않아 다시 죽게 될 것임을..
아직 스케줄러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송이수(정일우)의 기억이 일부분이나마 확실히 돌아왔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세계에서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이경(이요원)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길래, 그녀만 홀로 남겨두고 죽은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길래 이토록 빨리 기억이 돌아왔을까요? 송이경의 졸업 앨범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 자기가 바로 송이경이 사랑한 남자 송이수였음을 알게 된 이후로 스케줄러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습니다. 유쾌하고도 시크하던 그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일단 무시하고 넘어갈 법도 하건만, 어차피 스케줄러 임기만 끝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하자 하고 우선은 속 편히 지낼 법도 하건만, 어찌 된 셈인지 그러질 못합니다. 잔뜩 고민에 휩..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진실한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이 뭘까요? 저는 수백번 수천번을 생각해도 '믿음'인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녀석이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랑이 진짜라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랑'이 '믿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기는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상하리만치 '믿음'에 집착하게 되는군요.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그 강아지가 속으로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맘 편히 믿어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동물이 참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
드라마 '49일'의 젊은 주인공들은 모두 어렴풋한 베일에 휩싸인 듯 어딘가 신비로워 보입니다. 신지현(남규리)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삶에 아무런 비밀이 없었으나, 현재 상태가 육신 없이 활동하는 영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신비하지요. 그리고 생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스케줄러(정일우),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송이경(이요원), 그 기억의 한 줄기와 연관되어 있는 듯한 의사 노경빈(강성민)... 이 사람들은 모두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감정선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두 인물은 한강(조현재)과 신인정(서지혜)입니다. 우선 신인정의 마음속에는 강민호(배수빈)에 대한 집착어린 애정과 신지현에 대한 질투심이 두 갈래의 큰 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친구 ..
제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온 드라마 '49일'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드러난 소재와 주제가 꼭 제 마음에 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진부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차피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는지라 어떻게 끌어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소현경 작가는 상당히 믿을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두 여인이 있습니다. 신지현(남규리)은 스물일곱살이 되도록 세상의 아름답고 좋은 면만을 보아 온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철부지이나 공주병은 아닙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좋아합니다. 그 무엇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강민호(배수빈)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의 절정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