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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최근 나영석 PD의 예능 '숲 속의 작은 집'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던 소지섭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여배우 정인선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9월 27일 첫방송 되었다. 원래 수목드라마로 편성되었지만 추석 연휴 기간이라 수요일에는 특집 방송이 전파를 탔던 관계로, 목요일에 잇달아 4회를 방송하며 야심찬 출발을 알렸던 것이다. 과연 소지섭과 정인선은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륜이 채워질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는 소지섭의 눈빛과, 아역 출신으로 만만찮은 경력을 지닌 정인선의 풍부한 표정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긴장과 슬픔과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첫방송에서부터 너무 뚜렷하..
이번 주에도 역시 '나는 가수다'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임재범이었습니다. 저의 감상을 말해 본다면, 윤복희의 오리지날 버젼 '여러분'이 좀 박애주의적인 느낌을 준 데 비해, 임재범에 의해 재해석된 '여러분'에서는 단 한 사람의 친구를 간절히 원하는 극도의 외로움이 더욱 깊이 전해졌습니다. 깊은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너무도 그립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나서서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준 것만큼 보답이 돌아올지 어떨지 보장은 없지만, 아무와도 마음을 나누지 않는 것보다는 받지 못하더라도 주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야수가 부르는 처절한 희망의 찬가'라고 한 자문위원 남태정 PD의 표현은 아주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라마 '49일'이 종영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듯 싶으나, 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면에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가 해석하기에 이 드라마의 포커스는 송이경(이요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신지현(남규리)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신지현은 49일 여행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귀한 3방울의 눈물을 얻어 회생에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목숨은 회생 후 고작 일주일이 더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가엾어서 화가 날 정도로 서글픈 그녀의 운명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며 선량함의 화신과도 같았던 그녀는 타인들을 위한 천사..
제가 유일하게 깊은 애정을 갖고 시청하던 드라마 '49일'이 대단원을 1회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반전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것일 줄은 단 한 차례도 상상해 본 적 없었습니다. 물론 19일 밤에 방송될 마지막회를 보아야만 확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요. 혹시라도 최악의 결말이 나올까봐 무척 염려가 됩니다. 저는 신지현이 다시 살아나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지현이가 자신과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해서 뾰로통하는 한강의 모습도 귀여웠습니다. 서운하지만 그래도 지현이에게 다가서는 길을 다시 첫걸음부터 열심히 걷기 시작하는 한강의 성실한 사랑이 너무 아름답고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신지현은 놀랍게도 지난 47일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머지않아 다시 죽게 될 것임을..
요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착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억척스럽고 솔직하고 다혈질이고 약간 경솔하고 약간 덤벙대고 약간 과격하고 약간 뻔뻔하고 등등...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현주,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 '동안미녀'의 장나라,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로맨스타운'은 아직 방송을 못 봤지만 성유리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이런 성격의 여자가 그토록 매력적인가요? 개인적으로 좌충우돌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저는 완전히 질리는군요. 이런 성격의 여주인공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닥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아직 스케줄러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송이수(정일우)의 기억이 일부분이나마 확실히 돌아왔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세계에서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이경(이요원)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길래, 그녀만 홀로 남겨두고 죽은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길래 이토록 빨리 기억이 돌아왔을까요? 송이경의 졸업 앨범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 자기가 바로 송이경이 사랑한 남자 송이수였음을 알게 된 이후로 스케줄러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습니다. 유쾌하고도 시크하던 그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일단 무시하고 넘어갈 법도 하건만, 어차피 스케줄러 임기만 끝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하자 하고 우선은 속 편히 지낼 법도 하건만, 어찌 된 셈인지 그러질 못합니다. 잔뜩 고민에 휩..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진실한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이 뭘까요? 저는 수백번 수천번을 생각해도 '믿음'인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녀석이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랑이 진짜라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랑'이 '믿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기는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상하리만치 '믿음'에 집착하게 되는군요.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그 강아지가 속으로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맘 편히 믿어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동물이 참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
지난 주 신지현(남규리)의 목걸이에 첫번째 눈물 방울이 담겼을 때, 저는 당연히 한강(조현재)의 눈물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바로 직전에 나온 장면이 한강의 방에 놓여있는 화분에서 신지현의 도장이 발견되고, 그것을 본 한강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송이경(이요원)의 몸 속에 갇힌 신지현의 영혼은 하늘을 향해 "살려주세요, 난 살아야 해요, 살고 싶어요" 하고 간절히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녀의 목걸이가 눈부신 빛을 내더니 첫번째 눈물 방울이 담겨졌습니다.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죠. 저는 드라마 리뷰를 쓸 때 추측성 글은 되도록 쓰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그 쪽에는 별 능력이 없거든요. 저는 그 눈물의 주인이 당연히 한강일 거라고 생각..
"49일 동안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세 명을 찾는 거야. 그럼 당신이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이 그 증거야. 순도 100%의 눈물 세 방울" 1회에서 억울한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신지현(남규리)의 영혼과 스케줄러(정일우)가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신지현은 30명도 아니고 3명의 사랑도 못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자신만만하게 49일 여행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49일'의 시청자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엄청나게 고전중이며, 현재로 봐서는 미션에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혈육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녀의 침상 앞에서 나날이 피가 말라가는 부모의 눈물은 소용이 없지..
드라마 '49일'의 젊은 주인공들은 모두 어렴풋한 베일에 휩싸인 듯 어딘가 신비로워 보입니다. 신지현(남규리)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삶에 아무런 비밀이 없었으나, 현재 상태가 육신 없이 활동하는 영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신비하지요. 그리고 생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스케줄러(정일우),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송이경(이요원), 그 기억의 한 줄기와 연관되어 있는 듯한 의사 노경빈(강성민)... 이 사람들은 모두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감정선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두 인물은 한강(조현재)과 신인정(서지혜)입니다. 우선 신인정의 마음속에는 강민호(배수빈)에 대한 집착어린 애정과 신지현에 대한 질투심이 두 갈래의 큰 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