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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
단역 또는 비중이 높지 않은 역할을 주로 맡았을 경우, 그 배우의 얼굴은 사람들의 뇌리에 조금씩 천천히 각인되어 가지만 좀처럼 이름은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배우 김정태가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영화 '친구'에서였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지 유오성과 장동건이 나왔었다는 것과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라는 유명한 대사가 엄청나게 패러디 되었던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군요. 그 영화가 좀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친구'에 김정태가 나왔었다는 사실조차 어제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했던 절친(?) 안선영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김정태가 나이는 많지만 학교에는 안선영의 후배로 입학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안될 만큼 귀엽고 순하..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
아무래도 결방의 영향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마치 꿈을 꾸다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감미로웠던 꿈도 일단 잠에서 깨고 나면 급격히 빛이 바래는 것처럼, 초반에는 꽤나 강렬한 매력으로 저를 유혹하던 드라마가, 약 한달 동안 각성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만나니 헛점 투성이로 보이는 겁니다. 예전에는 김남길과 김재욱, 그리고 한가인의 출중한 비주얼만으로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드라마 전체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비극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그런데 꿈에서 깨어났다가 일부러 다시 꿈꾸어 보려 하니 잘 안 되더군요. 건조해져 버린 시선으로 그 예쁜 배우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꽤나 아쉬웠더랍니다. 사실 명색이 복수극인데 주인공의 입장에서 반드시 해신그룹을 상대로 복수를 해야 ..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나쁜 남자' 5회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일본의 꿈 같은 설경 속에서 각기 다른 색채를 가진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조화는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김남길과 한가인, 그리고 김재욱 세 사람 모두 흠잡을 곳 없이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더군요. 신비한 어둠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심건욱과 앙큼한 척 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여자 문재인은 어느 새 편안한 친구가 되어 자연스레 어울리는데,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외면하지도 못한 채, 딱하게 겉돌고 있는 또 다른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금세 부서져 내릴 것처럼 약해 보여서, 심건욱의 매서운 눈빛 앞에 세워두는 것조차 안스러웠던, 해신그룹의 상처투성이 후계자 홍태성이었습..
나도 한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었어. 비행기도 헬기도 타지 않고, 그냥 하늘에 부는 바람을 내 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날고 싶었어. 왜 그랬을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늘만 보면 마냥 웃음이 났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나를 욕하고 미워하겠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었던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까...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자유롭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나를 미워하고 욕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지만, 나는 하늘을 보면 웃다가도 눈물이 났어. 나도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살고 있는지... 가벼운 병도 치료할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못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
선거 개표 방송으로 인하여 '나쁜 남자'가 결방되는 바람에 '신데렐라 언니'를 별 기대 없이 본방사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비록 초반의 기대를 무너뜨린 이번 작품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으나, 역시 김규완 작가는 범상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 장면이었습니다. 은조(문근영)가 세상 다른 일은 모두 잊은 채 환상으로 뒤섞인 기훈(천정명)과의 연애에 심취해 있는 동안, 집에서는 갑자기 어린 동생 준수가 사라집니다. 효선(서우)에게 준수는 평범한 동생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입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이며, 엄마 송강숙(이미숙)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입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준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한동안 치열했던 수목드라마의 3파전은 종료되었습니다. '검사 프린세스'와 '개인의 취향'은 이미 방송을 마쳤고, '신데렐라 언니'도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로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검프'와 '신언니' 사이에 묘한 공통점과 엄청난 차이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 남녀는 서로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입니다. '검프'에서 서인우(박시후)의 아버지는 마혜리(김소연)의 아버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신언니'에서 구은조(문근영)의 아버지는 홍기훈(천정명)과 그의 집안 사람들 때문에 죽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통점입니다. '검프'의 서인우는 초인적 인내심과 희생 정신으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마상태를 용서하고, 그의 딸 마혜리와 사랑을 이룸으로써 ..
모네야, 나는 나쁜 남자다. 이미 나에게 빠져버린 너의 순진한 눈빛을 보면서도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 안에는 양심도 사랑도 온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 자신조차 섬뜩해질 만큼, 나는 그렇게 차가운, 나쁜 남자다. 오래 전, 내가 너희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나던 날, 오후가 되면서 비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쫓겨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던 나는 사정없이 밀쳐져 넘어졌고, 뒷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걷잡을 수 없이 피가 흘러 내렸지만,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 혈육이 아니라고 밝혀진 순간, 이미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길바닥의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끊임없이 내 몸을 거쳐서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은 선명한 붉은 색이었다.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