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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이어 최근 '삼시세끼' 마저 성공시키며 나영석 PD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예능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BS 재직 당시 연출했던 '1박2일'의 명성이 대단하기는 했으나 그 때는 강호동, 이수근 등의 예능 베테랑 MC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출연진들로부터 적잖은 힘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능인이 아닌 배우들(또는 가수들)만을 출연시키고도 예능으로서 충분한 재미를 뽑아낸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 이후에는 그 누구도 나PD의 역량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고, 차츰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나영석 PD의 인터뷰를 접했고, 그의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를 거쳐 '꽃보다 청춘-페루 편'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꽃보다~' 시리즈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온통 열광과 감탄과 호평뿐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의 최종편이라고 알려진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뜻밖에도 시청자의 날선 반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 생겨난 잡음이고 시리즈도 거의 다 끝나가는 참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한 번만으로도 '꽃보다~' 시리즈의 완벽했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는 충분하다 싶을 만큼 대중의 분노는 거세고 뜨겁다. 진짜 문제는 그 분노가 일부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만큼 타당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라오스 방비엥 시내에서 천연..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며,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저마다의 느낌과 대처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나 특수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인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TV 프로그램에는 필히 '갈등 유발자'가 있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된다. 여행 예능의 귀재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사실은 '갈등 유발자'의 존재 설정이었다. 그는 분명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백일섭, '꽃보다 누나'에서는 윤여정, 그리고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는 윤상이 ..
여행의 진짜 재미는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우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물을 관람하고 세비야 성당을 방문하고 콜럼버스의 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추억은 엉터리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속아 스페인의 골목 골목을 누비던 일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좌회전과 우회전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내비게이션의 낭랑한(or 뻔뻔한) 목소리는 점점 멘붕 상태가 되어가는 이서진의 표정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폭소를 선사했다. 이순재 할배가 혼자 길 찾느라 고생할 때는 몹시 걱정되고 속이 상했는데, 젊은 이서진의 생고생은 아주 맘 편히 감상할만한 꿀재미였다. 스페인의 전통 예술 플라멩코는 매우 열정적인 공연이었다. 집시들의 한이 담겨있는 춤과 노래와 기타연주라는데, 나의 개인적 취향에는 ..
'1박2일' 시즌3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유호진 PD가 또 한 건을 올렸다. 얼마 전 방송된 '서울 시간 여행' 편이 늘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면, 이번에 기획한 '금연 여행'편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중독의 위험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박이었다. '쓰리쥐'의 맏형 김주혁은 작년 연말 방송에서 2014년 가장 큰 목표가 '금연'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유호진 PD의 머릿속에는 그 때부터 '금연 여행' 계획이 확고히 잡혔던 모양이다. 지난 번 '전남 게미 투어'를 시작하면서 제작진은 뜬금없이 멤버들을 병원에 데려가 건강 검진을 받게 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런 장면들이라 왜 그러나 싶었지만 알고 보니 '금연 여행'을 위한 초석이었다. 차태현을 제외..
3월 7일에 방송된 '꽃보다 할배-스페인' 제1편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독해진 나영석 PD 때문에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의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건... 나로서는 참 놀랍기 그지없는 시청자 반응이다. 물론 나도 '1박2일-시즌1'을 시청할 때는 제작진과의 기싸움(또는 게임)에서 패배한 멤버들이 지독히 골탕을 먹거나 생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1박2일' 멤버들은 모두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었으니 하루쯤 쫄쫄 굶는다 해서, 한겨울에 텐트치고 야외취침쯤 한다 해서 크게 걱정할 일도 없었다. 특히 비빔밥 한 숟가락 얻어 먹겠다고 혈안이 되어 좌충우돌하던 강호동의 모습은 달콤한 꿀재미였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꽃보다 할배'를 시청하면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H4 어르신들이 객지에서 ..
'꽃할배'와 '꽃누나'는 확실히 달랐다. '꽃보다 할배'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편안함과 유쾌함이었다면, '꽃보다 누나'를 바라보는 마음에는 시종일관 묘한 애틋함이 감돌았다. 평균 연령으로 따지면 '꽃누나'가 '꽃할배'보다 훨씬 젊으니 더 밝고 통통 튀는 분위기가 있을 것도 같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느 덧 지나 온 인생을 차분히 관망하는 경지에 접어든 '꽃할배'들의 자세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지만, 아직 치열한 삶의 중심부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 40대 중년 여배우들의 자세는 적잖이 불안해 보였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 윤여정과 김희애는 단호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는데 67세 윤여정의 답변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 같았지만, 47세 김희애의 답변은..
'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탄력받아 그 어떤 예능보다도 큰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동유럽 크로아티아에 이르는 여정인데, 첫 방송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 좌충우돌 헤매는 장면들로 꽉 채워졌다. 드디어 여행을 좀 시작하나 싶더니만 곧바로 끝나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누나' 1회는 기대치를 윗도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였다. 단연 최고의 포인트는 누나들을 모시고 '짐꾼'으로 출발했으나 얼마 못 가 '짐'으로 전락해 버린 이승기의 멘붕이었다. 물론 할배들을 모시고 다녔던 이서진도 초반에는 적잖이 헤매고 힘들어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43세의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이서진..
아무리 이 시대의 핫한 예능이라 해도, 아무리 인기 폭발이라 해도 나는 할 말을 해야겠다. 솔직히 나는 처음부터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작진은 그 부분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고 인식했는지 전혀 고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나영석 PD는 아직도 '1박2일' 시절의 생고생 프로젝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평균연령 76세의 어르신들이라는 사실보다도, 이 출연자들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려는 욕망이 앞설 뿐, 그들을 편안히 모시려는 생각은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작진의 생각이 맞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그들도 이 여행의 컨셉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면서 승낙했을 테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꽃할배들..
요즘 '회장님'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는 누가 뭐래도 박근형입니다. 냉혈한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H4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순재의 스타일이 좀 더 고풍스러워 조선시대 임금에 가깝다면, 키가 크고 서구적인 외모의 박근형은 현 시대의 재벌 회장 역에 그야말로 제격이죠. 특히 '추적자 the chaser'에서의 소름끼치던 서회장 연기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고, 최근 '황금의 제국'에서는 늙은 호랑이의 마지막 포효까지 실감나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카리스마는 극중에서 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도 이어져, 후배 연기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한다더군요. '꽃보다 할배'에 짐꾼으로 합류한 이서진도 평소 박근형을 가장 어려워했다고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