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혜수 (8)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이다. 사주나 타로 등의 점술이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흥행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1990년에 발표된 영화 '백 투더 퓨처2'의 내용을 기억하시는가? 30년 후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갔던 주인공 '마티'는 과거 50년 동안의 스포츠 경기 통계가 담겨 있는 책 한 권을 가져오려다가 '브라운' 박사의 만류로 실패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악당 '비프'가 타임머신을 훔쳐타고 더 오래 전의 과거로 달려가 그 스포츠 연감을 젊은 날의 자기 자신에게 전해주면서 모든 현실은 달라졌다. '비프'는 단지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돈이 곧 권력인 세상에서 그 힘을 마음껏 휘두른 '비프'의 악행..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니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장희빈의 이야기는 이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차용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구태의연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야심찬 변화의 시도가 좀 있기도 했습니다.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7대 장희빈(2002년)의 경우, 초반에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청률 부진이었습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인 줄을 다 알면서 또 '장희빈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악녀 장희빈'과 '선녀(善女) 인현왕후'의 첨예한 대결을 지켜보다가, 장희빈이 천벌을 받고 인..
박신양은 원래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신인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1996년작 드라마 '사과꽃 향기'에서 저는 그를 처음 보았습니다. 무려 15년 전이군요. 김혜수와 김승우가 주연을 맡았고, 김혜수의 예전 남자친구 역할은 배우 윤동환이었습니다. 그럼 박신양은 뭐였냐구요? 마치 동성 친구처럼 김혜수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아주 성격 좋은 베스트프렌드 역할이었지요. 메인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좀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졌는데, 이 친구만 등장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밝아졌습니다. 밝고 명랑하고 사려깊은 친구 역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는지,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그 후에도 박신양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쌓아갔습니다. 그랬는데 ..
김혜수, 황신혜, 신성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첫방송이 전파를 탔습니다. 제가 방영 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과연 막장일까 스릴러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식상한 삼각관계와 불륜 코드를 보면 막장에 가까웠지만, 초반부터 의문의 죽음이 발생하고 그 뒤를 캐면서 모든 사건이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흔한 막장과의 차별성이 느껴졌거든요. 김혜수에 대한 믿음 때문에 막장은 아닐 거라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소재가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안심은 되지 않았습니다. 첫방송을 시청한 소감을 간략히 말한다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주 썩 괜찮았어요. 앞으로도 지금의 호흡을 계속 유지한다면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확보하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주인공 김진서(김혜수)의 직업이 정신과 의사라는 것 또한 앞..
원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배우 김혜수가 새로이 'W'의 진행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었기에 궁금증에 시청을 해보았는데, 느낌은 괜찮았습니다. 김혜수라는 배우의 풍부한 경험과 연륜이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으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조금은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분야에 진출한 신인이,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리려는 시도는 좋게 판단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김혜수 정도의 인물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얼마든지 인정할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례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던 영화배우 정진영도 교양 프로그램을 매우 성공적으로 이끌었지요. 이미 오래 전에 진행했던 토크쇼 '김혜수..
2010년 새해가 밝자마자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이 터졌습니다. 네티즌의 여론은 두 사람의 열애가 사실인지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그들의 뜻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대중에게 노출시키려는 파파라치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1월 4일 오후에 김혜수의 소속사측에서 두 사람의 열애설을 공식 인정했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매우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1. 욕심없고 순수한 여자의 선택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재벌이나 미남 대스타와 결혼한 여성 연예인들의 선택이 결코 욕심 때문이었다는 반대 논리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일 함께 지내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1994년 데뷔작 '눈먼 새의 노래'에서 보여준 안재욱의 존재감은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거니와 전혀 신인답지 않은 안재욱의 연기력은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 친구의 어머님을 비롯하여 몇몇 어르신들은 진짜 맹인이 드라마에 나온 줄 아셨다고 한다. 나는 '눈먼 새의 노래'를 운 좋게 녹화할 수가 있었는데, 보고 또 보고,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또 보고, 안재욱의 연기를 보며 친구와 함께 감탄했다. "이름이 뭐라고? 안재욱? 오호.. 마음에 드는 걸~" 친구의 말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동의했다. 그때부터 몇년간 나는 안재욱의 팬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특히 일요 아침드라마 '짝'을 보는 재미에 휴일의 기쁨은 배가되곤 했다. 남들이 그 당시 잘 나가던 연예인의 이름을 대며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