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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큰 기대는 없었으나 그저 호기심에 '고사2'를 보고 왔습니다. 전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역시 수작(秀作)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여 저의 예상은 엇나가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과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시끄럽게 질러대는 비명소리 및 끼익거리는 음향효과 때문에 눈과 귀가 상당히 피로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허술한 플롯 때문인지 공포는 함량미달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을 늘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아서 1시간 30분도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마무리한 것이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별 내용 없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영화를 더 이상 길게 본다는 것은 너무 지치는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와중..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
'공부의 신'은 요즈음 감동 모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된 14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감동을 주겠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약간 촌스러운 느낌은 들었지만, 뭐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모의고사를 망친 오봉구는 포기를 선언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누구는 따스한 격려로, 누구는 따끔한 일침으로 그를 이끌어 줍니다. "난 머리가 나빠" 라는 변명으로 포기하려 했던 그의 내면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껏 고통을 참으며 준비해 왔던 모든 일들이 헛수고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조건 불도저처럼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석호(김수..
'공부의 신'에 등장하는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은 하나같이 조금씩은 특별합니다. 그 특별함을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결코 행복한 방향으로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나현정(지연)은 비록 경제적 어려움은 없으나 부모가 이혼하면서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살고 있는 외로운 아이이며, 홍찬두(이현우)는 부와 명예를 겸비한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고 있지만 항상 너무 잘난 형, 누나들과 비교되며 자기를 향한 부모님의 과분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헉헉대는 아이입니다. 황백현(유승호)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다가 너무 가난해서 강석호 변호사(김수로)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몸을 누일 방 한 칸도 얻을 수 없을 상황이었으며, 길풀잎(고아성)은 술과 웃음을 파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었는데 그나마 최근에 그 어머니..
'공부의 신'은 여러가지로 참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이제껏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부'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모든 스토리가 흘러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군요. 한편으로는 공부의 현실적인 중요성을 날카롭게 강조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는 공부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는 드라마... 지금까지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학부모들에게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특히 '공부의 신' 7회에서 강석호(김수로)가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힘차게 외쳤던 "어느 쪽도 상관없다!" 라는 구호(?)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오직 천하대 합격을 위하여 천금같은 아이들을 열악한 환경에 합숙까지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학..
'공부의 신' 6회를 보면서 저는 매우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뭔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그런 기미는 5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춘삼(앤서니양)이 천하대 특별반의 새로운 영어교사로 부임해 오면서, 기존에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한수정(배두나) 선생과의 마찰이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가볍게 지나갔어야 할 그 에피소드를 '공신'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키우고 말았습니다. 5회와 6회에서 가장 큰 테마는 바로 특별반 학생들과 한수정 선생님 사이의 사랑과 의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그건 지금 이 드라마에서 말해야 내용은 아니지 않나요? 특별반은 어디까지나 특별반입니다. 천하대 합격을 목표로 오직 5명만이 모여서 제한된 시간내에 엄청나게 성적을 올려야 할 역사적(?) 사명..
좀 뒤늦게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려는 주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여러분들의 리뷰를 많이 읽었는데, 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이 사회의 학벌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많이 본 듯 합니다. 학교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을 조장하고 있는, 위험한 드라마라는 의견도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생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처지에서, 학교 문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인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 드라마를 바라보게 되더군요. 제가 나름대로 이 드라마를 긍정적 시선으로 보게 해 준, 3가지의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1. 오봉구 - 천하대가 그렇게 좋은 건가요? ..
'패밀리가 떴다'의 게스트로 박진영이 등장한 것은 저에겐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왠지, 너무 안 어울린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연예인보다도 기획사 사장으로 더 익숙한 이름 JYP가 토크쇼도 아닌 생고생 버라이어티에 출연한다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단독 게스트도 아니고 서인영과 둘이 출연했다는 게 참 생뚱맞고도 이상해 보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에 대해 잘은 모릅니다. 그의 인간성이라든가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는 더욱 잘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한편으로는 지독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간에도 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가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과연 진솔함인지 가식인지, 그런 것을 판별해낼 만큼 안목이 뛰어나지도 않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