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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직도 우리에게 '한일전'의 의미는 컸다. 단순히 '외국'과의 경기가 아닌 '한일전'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정식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열렬하게 솟구쳤으니 말이다. 예전처럼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오히려 그랬다가는 편협한 국수주의라든가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의 일환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본('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이다)을 상대하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감정을 그 어떤 외국인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부당한 국권 침탈과 잔인한 식민통치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상처이나 오래 전에 지나간 일이고, 우리의 감정도 더 이상 치떨리는 미움이나 증오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분..
요즘 '1박2일' 제작진이 심기일전하여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런닝맨'이 단순한 게임의 무한 반복으로 지루해져 가는 동안 '1박2일'은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흥미를 더하는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3명씩의 친구를 데려왔던 '친구 특집'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주에 방송된 '캠퍼스 24시'는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멤버들은 경북대(유해진, 이수근, 주원), 카이스트(엄태웅, 차태현), 전남대(김종민, 성시경)로 파견되어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체험했다. 학교마다 특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활기찬 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2008년 방송분이었나, 문득 '1박2일' 시즌1에서 이수근, 은지원, MC몽이 느닷없이 충주..
'1박2일 - 강릉 바우길을 걷다' 편에서 차태현과 엄태웅은 2인 1조가 되어 걷고 있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도 같고 소탈한 성격도 비슷한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직업적 성공이나 대중의 인기가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행복은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에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얼마 후 태어날 셋째를 기다리는 차태현은 훗날 아이들 셋이 나란히 발 맞추어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출산 후에는 독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당신, 다른 여자와 사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겠어!" 라고 선언했다는 말에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딸을 얻은 초보아빠 엄태웅도 한창 자식 키우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제가 첫 방송을 20분 가량 보다가 관심을 딱 끊어버렸던 프로그램이 '달빛 프린스' 였습니다. '토크클럽 배우들'도 비슷한 케이스지만 그래도 간신히 첫 방송은 끝까지 보았던 것에 비해, '달빛 프린스'는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도 굳이 '강심장'을 외면하고 '달프' 쪽으로 채널을 고정한 것은 요즘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주목하고 있던 여배우 이보영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서였습니다. 참으로 다작을 하는 배우인데도 이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이 끌리지 않았었는데, '내 딸 서영이'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날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그녀의 매력에 감탄을 거듭하는 중이거든요. 게다가 그녀가 소개할 책에도 관심이 끌렸습니다. 지금은 생애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
시즌2로 접어들고 나서 '1박2일'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예전보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는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죠. 가장 큰 원인은 멤버들보다도 제작진에게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체모를 새를 닮았다는 이유로 일명 '새피디'라 불리우는 최재형 PD의 어설픈 진행은 시즌2가 출범한지 벌써 수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볼 때마다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표독하고 영리했던 나영석 PD는 천하의 강호동을 상대하면서도 그 포스에서 밀리지 않았고 초딩 은지원과 무대포 MC몽의 막장 떼쓰기에도 끄떡없었는데, 최재형 PD는 거의 순딩이들만 모아놓은 지금의 멤버들에게도 만날 놀림당하면서 쩔쩔매는 형국이니 말이죠. 특히 2년 넘게 '승승장구'를 진행중인 맏형 김승우는 예능 역사상 전례..
"저희 고쇼는 우아하고 품위있는 고품격 토크쇼가 되겠습니다... 근데 이러면... 너무 재미없지 않겠어요, 여러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런칭되는 토크쇼 '고쇼'의 첫방송에서 여배우 고현정은 "대놓고 최선을 다해 천박해질 것"을 선언했습니다. 우아하고 품위있게 하면 재미없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천박하고 품위없게 만듦으로써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선포였죠. 저는 다른 일을 하느라고 처음부터 시청하지 못했는데, 보는 동안 내내 "어쩌면 토크쇼가 이렇게까지 천박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현정이 처음 무대에 나와서 했던 인삿말을 나중에 듣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리더군요. 천박함을 위한 노력,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데뷔 시절부터 지..
우선 2년 6개월 동안의 파란만장한 대장정을 마치고 '강심장'에서 하차하는 MC 이승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토크쇼 진행의 첫 도전에서 본인은 꾸준한 노력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으나, 큰형처럼 의지하던 강호동에게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함으로써 엉겁결에 홀로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되었으니 몸과 마음의 고통도 심했을 것입니다. 정들었던 프로그램을 떠나는 심정은 아무리 담담하려 해도 그럴 수 없겠지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1박2일'에서의 마지막 모습처럼 가슴이 짠해왔지만, 그의 인품과 성실함이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이번 YG 패밀리 특집에서 제 마음을 두드린 토크는 세븐과 션의 이야기였습니다. 우선 박한별과의 10년 연애사를 간략히 풀어놓은 세..
드디어 5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1박2일'의 마지막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굳이 시즌1의 마지막회라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즌2가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1박2일'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해도 그것은 이미 새로운 예능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정들었던 '1박2일'은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많이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합니다. 마지막회인 만큼 미션 하나 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4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 무려 40년 동안 쉼 없이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정읍의 유일한 영화관까지, 모두 과거에서 현재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공..
정식 발표는 2월 중순에 될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1박2일' 시즌2의 새 멤버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식통에 의하면 새로 합류할 멤버는 김승우, 성시경, 주원의 3명이고 기존 멤버 중에는 엄태웅, 이수근, 김종민이 잔류한다고 합니다.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는 이미 결정된지 오래라고들 하더군요. 게다가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 또한 시즌2에 합류하지 않고 모조리 새로운 인물들로 바뀐다 하니 아무래도 우려가 커지긴 합니다. 특히 나영석 PD가 빠진 '1박2일'은 상상도 하기 힘든터라, 그 이름으로 계속 불러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마저 생기네요.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 왔던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도 치명적입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후, 나영석 PD와 손발을 맞추며 '..
사실 저는 연말마다 각 방송사에서 개최되는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등의 시상식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평소 TV 연예에 관심이 많고 드라마와 예능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 같이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 시상식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기 시작했거든요. 어차피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일...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힘내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여러가지 상을 만들어 골고루 나눠갖는 것... 시상식을 그런 정도로 인식하면서, 저는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나 예능 등의 작품을 즐기면 그뿐이지, 누가 상을 받고 안 받는 문제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좀 뒤늦은 관심이 생기더군요.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