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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병욱 시트콤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하이킥 시리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발칙한 공통점이라면 언제나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삼촌과 조카가 연적(戀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삼촌은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엘리트 훈남이고, 조카는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물의 청춘입니다. 이들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아직 어리고 기반을 갖추지 못한 조카가 절대적인 약자입니다. 언제나 조카는 그녀에 대한 짝사랑으로 혼자 가슴이 타들어가지만, 무심한 삼촌은 한 번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합니다. 참으로 기묘한 삼각관계죠. 세 번의 하이킥 시리즈를 통틀어, 저는 한 번도 조카의 사랑을 응원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짝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예쁘게 그려져도, 그저 청춘의 ..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평소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별로 가까이 안 하는 편인지라 직접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윤계상의 메인 러브라인 및 여주인공쯤으로 간주되며, 출범 이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던 여고생 김지원의 캐릭터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에 찾아와 남겨주시는 분들의 댓글에서도, 또 다른 블로거님의 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김지원은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시트콤의 여주인공이라면 무릇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하며 게다가 좀 푼수기가 있어서 웃음까지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하선의 캐릭터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른이고 지성인이면서도 매사에 허술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연민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해도 너무한 안내상의 진상 캐릭터를 참다 못해서 제가 처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던 것이 지난 11월 9일 오전이었습니다. 31회까지의 방송분을 보고 나서 쓴 거였죠. 그 때까지만 해도 안내상 캐릭터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에 방송된 32회부터 아주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이킥3'는 3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요,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진상짓만 되풀이하던 안내상은 불과 32, 33, 34... 이 3회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단 32회에서는 작은처남 윤지석(서지석)의 입바른 소리를 듣고 나서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원래 안내상은 자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강승윤이 가져온 경주빵을 ..
김병욱 PD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리얼하게 표현하려는 듯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먹고 자고 배설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봤자 인간도 별 수 없습니다. 안내상 일가가 빚쟁이에 쫓겨다니면서도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굶주림이었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아빠가 딸의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쯤은 웃어 넘길 정도로 괜찮았으나 배고픔만은 견딜 수 없었지요. 오죽하면 며칠 전까지도 부자였던 그들이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낯선 소년(강승윤)이 사주는 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까요.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초반 6회까지 달리고 있는 이 때, 기본적 생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가장 헉..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
김병욱 PD의 신작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1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일단 제 느낌에는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약간 마음이 놓입니다. '지붕킥'은 제가 몹시 사랑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솔직히 시트콤 치고는 너무나 분위기가 무겁고 마음이 아파서 보기가 조금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비록 아빠(안내상)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잘 살던 집이 삽시간에 폭삭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4인 가족이 함께이고, 비록 힘을 잃은 부모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 곁에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앞으로 외삼촌(윤계상)의 집에서 살게 될 예정입니다. '지붕킥'의 출발은 이보다 훨씬 열악했지요. 갓 스무살의 신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