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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약간 촌스러운 사랑 이야기라도 나쁘진 않았다. '첫사랑과의 재회' 스토리가 식상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제 질렸다. 제발 그만 우려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줄 모르고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상대의 부모가 내 부모를 죽인 원수였다는 이야기, 하긴 갈등의 최고점을 찍기엔 더 이상의 소재가 없을 것이다. 웬만한 장애물쯤은 너끈히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 해도 제 부모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라면 쉽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그것은 연인들 사이에 설정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이다. 하지만 설정하기는 쉬워도 풀어나가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솔직히 그런 경우 깔끔한 해결책은 한쪽이 (또는 둘 다) 죽어버리거나 헤어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짐작컨대 2011년작 '프레지던트'는 손영목 작가의 최대 야심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복잡하고 험악한 정치판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공정한 시각으로 묘사한 '프레지던트'는 정말 수준 높고 괜찮은 드라마였다. 그러나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분위기 자체가 매우 낯설고 내용도 어려운 편이었다. 결국 '프레지던트'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의 열연에도 줄곧 4~5% 내외의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다가 경쟁작이었던 '대물', '싸인'의 높은 화제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쓸쓸히 종영을 맞이했다. 특별히 아끼는 작품을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대중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한 손영목 작가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경력 수십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라도 결코 면역되지 않는 부분이..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가 벌써 16회까지 방송되었음에도 시청률은 경쟁작 '황금무지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황금무지개'가 일주일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전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김수현의 이름값도 이제는 그 효력이 떨어진 걸까? 등장인물 각각의 뚜렷한 개성과 치열한 심리 묘사도 여전하고, 칠순을 넘긴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통통 튀는 대사의 재미도 살아있건만, '세결여'가 김수현의 전작들 만큼 대중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주인공 오은수(이지아)의 캐릭터가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김수현 드라마의 시청층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중년 이상 시청자들의 몰입이 이루어질 때 사회적 반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