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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청하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착하고 솔직한 데다가, 악역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조차 어설프고 귀여운 수준이라서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요즘 그러잖아도 시국이 뒤숭숭하고 현실이 답답한데, 이 와중에 '퍽퍽한 고구마를 목구멍에 마구 쑤셔넣는' 드라마는 솔직히 별로 매력 없는게 사실이다. 가끔씩 사이다를 먹여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고구마가 많은 드라마는 당기질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솔직 순수해서 예쁜 인물들 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돌직구 짝사랑녀 민효원(이세..
한동안 갈등이 없어서 지루했던 '못난이 주의보'에 갈등 요소가 살아나면서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에게 닥친 위기는 상당한 수준인데요. 과거에 공준수가 나도희의 새엄마 유정연(윤손하)과 연인 사이였음이 밝혀지면서 불어닥친 풍파가 예상보다 훨씬 크군요. 저는 단지 공준수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유정연이 반대하고 나설 거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김비서(임성민)가 나서서 극심한 불화를 조장하고 거기에 현혹된 도희 아버지 나일평(천호진) 사장이 유정연과 공준수의 현재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습니다. 의심의 내용인즉 10년이 넘도록 유정연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공준수가 의도적으로 나도희에게 접근했고, 옥탑방에 들어와 살게 된 것 ..
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
우리의 못난이 공준수(임주환)가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14살 어린 나이부터 6년이나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노동과 희생을 한 것도 모자라,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기꺼이 덮어쓰고 감옥에서 10년이나 살더니, 이제 간신히 햇빛 보며 산지가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여동생 공진주(강별)가 혼전임신한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겠다며 외항선이라도 탈 기세군요. 공진주가 과연 예비 시어머니 방정자(송옥숙)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고 아기 아빠인 강철수(현우)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낙태를 결심했던 진주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으니 준수는 명백히 한 생명을 살려낸 셈입니다. 방정자가 얼마나 속물적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던 공진주는 그런 시어머니를 감당할 자신이 ..
서울 한복판, 그 중에도 가장 고급스런 부자 마을 청담동, 그 휘황찬란한 높은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작고 초라한 건물 '청담 만화방' 그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아차, 정체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청년 현우 한 사람은 빼야겠군요. 모든 등장인물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하위인 14등급을 받더라도 현우만은 1~2등급에 해당될 테니까요. 그리고 스펙은 보잘것없지만 젊고 예쁘장한 여주인공 오지은도 대충 10등급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청담동 살아요' 74회에서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결혼정보회사의 비인간적 시스템에 빗대어, 이 각박한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청담 만화방' 식구들은 모두 자기 인생에 불만이 가득..
저는 시트콤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에게 세상은 언제나 심각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시트콤을 볼 때면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김병욱의 시트콤에서는 이제 가벼운 즐거움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을 중독시키는 스텐레스김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 때부터는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져 버린 거죠. 그런데 심각한 것은 원래 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도는 점점 더 높아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시트콤을 보는 원래의 목적과는 좀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하이킥3'가 끝나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 '청담동 살아요'를 시청하며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곤 했지요..
드디어 베일에 싸였던 밀본의 수장, 본원 정기준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추측 속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반촌의 백정 가리온(윤제문)이 바로 그였습니다. 오히려 너무 강력히 추측되는 인물이므로 뻔한 전개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를 후보에세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별다른 반전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정기준은 현재까지 세종(한석규)과 강채윤(장혁)을 완벽히 속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리온의 정체를 꿈에도 모르는 세종은 그를 소중한 인재로 아끼며 자신의 사업에 동참시키려는 중이고, 강채윤은 천민의 설움을 겪는 그를 통해 죽은 아비 석삼의 모습을 발견하며 지극한 연민을 품게 되었습니다. 적들로부터 경계심이나 악의가 아니라 오히려 완벽한 믿음과 호의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정기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