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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대길이와 언년이가 아직 다시 만나지 못했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대길이가 그토록 언년이를 애타게 찾아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했으니까요. 가끔은 분노 같기도 하고, 얼핏 증오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 같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눈에 띄지도 않고 생사조차 불분명한 사람에게 그토록 자기 인생을 올인하며 집착하게 만든 것이 무엇일지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들이 재회하고 나서야 대길이의 인생을 중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겉으로는 분노와 증오를 드러냈지만, 차마 숨길 수 없던 그 눈빛의 애절함... 언년이에 대한 대길의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 정도로 절대적인 줄은 몰랐기에..
언년아, 어떠하냐? 네 눈에 비친 내 몰골이 어떠하냐? 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그 옛날 풍채 고운 도령은 온데간데 없이, 반은 짐승이요 반은 사람인 괴물로 변해버린 내 몰골이 어떠하냐? 너는 내게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끔이라도 네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내 어찌 잊겠느냐? 네 오라비에게 칼을 맞고 불길 속에 쓰러지는 나를 뒤로 한 채 멀어져가던 네 모습은 지금까지 나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었다. 언년아, 너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하였더냐? 네 오라비 큰놈이보다도 나는 너를 더 미워하였다. 잡아끄는 오라비의 힘을 뿌리칠 수 없었던, 연약한 너를 더 미워하였다. 언제나 감싸주고 싶던 너의 가녀린 어깨가, 언제나 꽁꽁 얼어 있던 너의 작고 차가운 손이 그지없이 미웠다. 나를 보며 아스라히 미..
'추노'는 갈수록 재미있습니다. 이 스펙타클하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어떻게 재미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인물들의 감정선을 주로 따라가며 시청하는 저로서는 적잖이 난감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 전개에만 몰입하다 보면 대충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게 되는데, 좀 더 깊이 몰입하려고 할 때는 여지없이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각각의 인물들이 당최 근본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마음인 것인지가 뚜렷이 잡히질 않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의문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대길 - 언년아, 정말 네가 시집을 갔단 말이냐! 대길이의 추노 인생은 큰놈이와 언년이 남매로 인하여 시작되었습니다. 큰놈이가 그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집과 온 재산을 불태우고 언년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