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현우 (8)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제 종영을 향해 달려가는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내용은 사실 매우 단순하고 진부하다. 부자인데다 젊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주인공과, 가난하지만 예쁘고 씩씩한 여주인공이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이끌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내 사랑을 이룬다는 뭐 그런 얘기다. 보통은 멀쩡한 총각 재벌2세가 가난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남자네 집에서 죽자고 반대하며 돈봉투를 던지거나 물컵을 뿌리거나 하는데, 여기서는 남자의 나이가 좀 많고 아이 셋 딸린 홀아비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가난한 여자 쪽의 아버지가 죽자고 반대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정은 현실적으로 거의 공감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딸 본인의 마음인데, 이 아가씨는 애 셋 딸린 홀아비든 막내 삼촌뻘 나이..
드라마 '송곳'은 매우 흥미롭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뜻밖에도 극 자체의 분위기가 반드시 어둡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결코 웃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다. 지루함이라곤 느낄 틈도 없이 빠르게 전개되지만, 그 와중에도 가슴에 콕콕 새겨지는 명대사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나는 평소 웹툰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최규석 작가의 존재를 몰랐었는데,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접하고 보니 실로 대단한 그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현우와 안내상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에 대해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웠다.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지만, 매우 높이 평가하..
가벼운 재미삼아 틈틈이 보아 왔던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도 어느 덧 3/4 가량이 방송되고 이제 결말을 향해 치닫는 중이네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순수하고 풋풋해서 그 맛에 보기는 하는데, 과장이 지나치게 심하고 전개상의 헛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더랍니다. 김병욱의 명품 시트콤에 길들여진 제 기준으로는 참 많이 아쉬운 작품이에요. 특히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야 할 김선미(전미선) 캐릭터의 널뛰는 듯한 감정선에는 도통 공감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툭하면 방에서 혼자 웃고 울고 춤추고 엽기표정이나 지으면서 제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오갈 데 없는 푼수처럼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시트콤이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여주인공 캐릭터가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으면 얼마나 좋..
저는 시트콤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에게 세상은 언제나 심각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시트콤을 볼 때면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김병욱의 시트콤에서는 이제 가벼운 즐거움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을 중독시키는 스텐레스김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 때부터는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져 버린 거죠. 그런데 심각한 것은 원래 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도는 점점 더 높아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시트콤을 보는 원래의 목적과는 좀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하이킥3'가 끝나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 '청담동 살아요'를 시청하며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곤 했지요..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
제가 꾸준히 챙겨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방송이나 다시보기를 통해서 맥을 놓지는 않고 있는 드라마 '부자의 탄생'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계속 지현우보다 남궁민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요즘 '부탄'에서 남궁민은 점점 더 비열한 악역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 뒤에서 음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이 섬찟할 지경이지요. 사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다크 프린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악역을 수행하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조금은 뜻밖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는 그가 좋군요. 선은 날카롭지만 인상은 부드러운 얼굴과 나직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니컬한 매력...ㅋㅋ 역할로 봐서는 도무지 예뻐할 수 없는 추운석이건만, 남궁민 때문에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남자 신데렐라와 콧대 높은 재벌가 공주의 티격태격 멜로 정도로 그저 식상해 보이던 '부자의 탄생'이 약간 흥미로워졌습니다. '머리카락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주인공인 최석봉(지현우)에게 과연 재벌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아있는 인물 중에 말이지요. 과연 그가 누구일지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찾아야 할 인물은 약 30년 전의, 바로 저 귀공자입니다. 현재 최석봉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후보들 중 누가 제일 닮았을까요? ^^ 1. 오성그룹의 이중헌 회장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5회까지 방송된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명백히 이 사람이 최석봉의 아버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아버지일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인..
새로운 드라마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즈음, 괜찮은 작품도 많지만 기대 이하의 작품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3회까지 방송된 '부자의 탄생' 역시 예외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일찌감치 '남자 금잔디'라는 별칭을 얻었던 최석봉(지현우)과 재벌가의 까칠한 상속녀 이신미(이보영)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하고 식상한 설정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소재와 구성면에서 참신한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으니 재미있게 잘 만들어만 준다면 고마울 뿐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작품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연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