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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박신양 주연의 '싸인'이 야심차게 출범한지도 2주가 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빠른 템포와 치밀한 전개로 흥미를 끌며 호평을 받았으나,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청률은 이상하게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군요. 물론 경쟁작 '마이 프린세스'가 김태희의 열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싸인' 자체내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전체적인 얼개를 보면 '싸인'은 나름대로 탄탄하게 잘 짜여진 구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듯 하면서도 앞뒤가 잘 맞고, 일어나는 사건마다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재미는 있어요. 그런데 등장인물을 하나씩 살펴 보면, 수많은 캐릭터 중 그 누구에게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저 사람은 겉으로는 못되게 굴지만 속마음은..
'밤이면 밤마다' 6회에는 미남배우 주상욱과 신성록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뽐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주상욱이었네요. 저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신성록 또한 노래실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최소한 이번 방송에서는 주상욱의 존재감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주상욱의 절친이라는 이종수까지 특별위원으로 초청되어 힘을 실어 주니, '밤밤' 6회는 거의 주상욱을 위한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의 토크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구타당한'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상욱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 ..
'자이언트'가 60부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했습니다. 단순히 해피엔딩이라거나 새드엔딩이라는 말로 규정지을 수 있는 종류의 마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격동의 세월을 지나며 그들은 이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죽어갔구나... 하는 감개무량함만이 남았습니다. 저의 예상과는 좀 달랐던 그들의 운명을 바라보며, 각자의 삶과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대략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이성모(박상민)의 죽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죽음입니다. 이렇게 속절없이 세상을 떠날 바에는, 차라리 머리에 총을 맞던 그 날 바로 죽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성모는 지연수에게 비자금 장부와 녹음 테이프를 전달하고, 지연수는 조필연의 마수를 피해 숨어 살다가 나중에 이강모(이범수)를 만나 그의 ..
미주야,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아버지가 악마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마음 한켠에서는 언제나 너를 그리면서, 다른 한켠으로는 악마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부정하게 벌어들인 돈으로 네가 출연하는 영화마다 남몰래 후원을 했고, 무리하게 아버지의 정치 자금을 대느라 부실 공사로 위험한 건물을 쌓아 올리며, 너를 위한답시고 그 건물 안에 대형 규모의 극장을 만들었다. 세상에 나처럼 어리석은 사내가 또 있을까? 누구보다 너를 사랑한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나의 사랑은 만보프라자처럼 부실해서 이렇게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나 보다. 미안하다. 차라리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로 인한 너의 고통은 없었을 텐데... 그래도 미주야, 내 삶에 유일한 행복은 오직 너와 사랑하던 순간의 기억뿐이었다. 어..
'자이언트' 58회을 지배한 감정은 미칠듯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이성모(박상민)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죠. 조민우(주상욱)에게서 테이프를 빼앗아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나 그 때 쫓아온 고재춘(윤용현)과 마주쳐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성모는 방탄조끼를 입었으나 머리 뒤쪽에 박힌 총알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증거를 확보했음에 신이 나서 차를 운전해 가던 이성모는 마침 동생 이강모(이범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습니다. 드디어 조필연(정보석)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소식을 전하던 이성모는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오는 것을 느끼는데, 뒤통수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립니다. 정말 가슴이 철렁한 장면이었습니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조필연의 ..
'자이언트'는 정말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데, '자이언트'를 보면 볼수록 느끼는 것은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는 작가의 놀라운 뚝심입니다. 이제 드디어 악마 조필연(정보석)의 몰락이 눈앞에 다가왔군요. 그 동안 '자이언트'에 대한 기사가 나면 그 밑에 주루룩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대체 복수는 언제 하냐? 조필연 늙어 죽겠다..ㅜㅜ" 이런 것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이제 드디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복수의 끝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합니다. 계속해서 이성모(박상민)를 의심하던 조필연 쪽에서도 드디어 그의 정체를 확신할 실마리를 잡았거든요. 황태섭(이덕화)과 은밀히 만나는 장면을 찍힌 사진에 이성모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으나..
'자이언트'라는 드라마 속에서 조민우(주상욱)라는 인물은 마치 전신마비 환자와도 같습니다. 정신은 살아 있으나 형체없는 쇠사슬에 몸이 묶여 있기에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조민우를 보면 굉장히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이미주(황정음)를 대할 때 외에는 하는 짓이 꼭 제 아비를 닮아서 새끼악마처럼 나쁜 놈인데, 차마 미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엾어만 하자니, 점점 더 냉혹해지는 그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서 중간중간 혐오감이 치밀기도 합니다. 절대악 조필연(정보석)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조민우에게 있어 천형(天刑)입니다. 엄마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정해진 벌... 대체 그 어린 생명이 무슨 죄를 지었던 걸까요? 간악한 아비에게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조민..
'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
사채업계의 대부 백파(임혁)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을 옳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드라마 상에서는 절대악 조필연(정보석)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었기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해 왔지요. 백파와 조필연의 싸움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의 싸움이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조필연의 힘이 더 막강해 보였는데, 결과는 백파의 승리였습니다. 그 동안 대부업은 어둠의 시장으로 불렸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는 대신 정권의 실세들과 야합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댓가로 모든 편익을 제공받으며 사업을 해 왔지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그들의 관계는 너무 단단하고 역사가 길어서 결코 깨뜨려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필연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들의 공생관계가..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 황정음은 지금보다 약간 동그스럼한 얼굴에 아주 귀여운 가수였습니다. 저는 2003~2004년 무렵에 '도전 1000곡'을 굉장히 즐겨 보았었는데, 출연할 때마다 황정음이 보여주던 노래 실력에 무척 감탄하곤 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오래된 노래까지 두루 섭렵했을 뿐 아니라, 가사조차 한 번도 안 틀리고 끝까지 청아한 목소리로 완창하는 그 모습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어떤 대선배 여가수는 귀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는 이 조그만 머릿속에 어쩜 그렇게 많은 가사를 집어넣고 다니니?" 라고 물었던 적도 있습니다. '슈가' 해체 이후 황정음은 연기자로 데뷔했으나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시달렸지요.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등의 작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