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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2회의 엔딩을 볼 때까지만 해도 노비 부부인 아모개(김상중)와 금옥(신은정)의 운명에는 비극 외에 남은 것이 없을 줄만 알았다. 과연 금옥은 만삭의 몸으로 조생원의 희롱에 저항하다 태중에 상처를 입고는 피비린내 가득한 난산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던 아모개는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게다가 주인 조참봉(손종학)과 그의 숙부인 조생원이 자기의 재산을 가로채려 의도적으로 꾸민 일임을 알게 된 아모개는 끝내 주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내릴 수 없는 결단이었다. 2회 엔딩까지는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3회의 전개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조참봉을 살해한 후 즉시 체포되거나 아니면 도망치다가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고 괜찮았던 작품 '제왕의 딸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하루빨리 방송하고 싶어했던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오산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주인공 서윤주 역을 맡은 탤런트 정유미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 때문에도 제발 괜찮은 작품이기를 바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한 조각 희망을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식상한 설정들, 이제껏 각종 한국 드라마 속에서 마르고 닳도록 수없이 보아왔던 이야기... 1~2회만으로 평가할 때 '엄마의 정원'은 한 마디로 클리셰의 집합소라 할만하다. 주연 배우들의 이미지는 상큼하고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되어 나갈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긴 대다수 시청자들의 마음은 억지스러워도 해피엔딩을 원했을 테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드라마에 깊은 애착을 품었던 내 마음은 오히려 슬퍼졌다. 왜일까? 나는 평소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었는데, 유독 '제왕의 딸 수백향' 에만 꼼꼼한 고증과 역사 재현을 바랐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역사적 기록과 드라마 내용의 일치가 아니라,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엔딩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제목과 주제에 어긋나는 엔딩을 맞이한다면, 화룡점정을 찍으려다가 그림을 아예 망쳐버리는 셈이니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이 흔히 있으랴! '제왕의 딸, 수백향' 이라는 제목은 바로 주인공 설난(서현진)의 운명과 일치되어 있었다..
108부작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이후 '제왕의 딸 수백향'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애초 예정이던 120회에서 무려 12회가 축소된 만큼 스토리 진행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으나, 요즘 같아서는 이토록 재미있고 수준 높은 작품을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한다는 사실이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중간한 밤 9시대의 드라마치고 10%를 넘기는 시청률이면 그리 낮은 편도 아닌 듯한데, 황금 시간대인 10시 타임의 수목드라마들도 현재 10% 내외의 시청률로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굳이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후속작을 빨리 내보내겠다는 방송사의 고집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수백향인 언니 설난(서현진)을 대신하여 공주 노릇을 하던 설희(서우)는 결국 정체가 ..
'제왕의 딸 수백향'은 '구암 허준'의 후속작으로 현재 밤 9시대에 방송 중인 일일 사극이다. 원래 120부작으로 편성되었지만 낮은 시청률 때문에 10부 가량을 축소하는 조기 종영이 결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시간 될 때마다 기분 좋게 시청하고 있는 중이라 서운한 마음이 든다. 아주 감칠맛 나는 재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 구성이 제법 탄탄하고 인물 캐릭터가 고급스럽다. '왕가네 식구들'처럼 스토리에는 억지와 막장이 판치고 인물 캐릭터는 모두 저질스러운 작품보다야 '제왕의 딸 수백향'이 열 배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기이하게도 시청률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서동요'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