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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녀린 몸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채 '화장을 고치고'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애절했다. 힘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 속에는 연인과의 이별 후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 나쁘게도 지각없는 방청객이 흘린 스포를 먼저 접했던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단언컨대 하얀 면사포 속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면사포 가면을 벗어던진 '도장신부'가 짧은 머리카락을 휙휙 털어내릴 때, 다소곳한 여인이 갑자기 터프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우승자로서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 백청강은 어린 나이에 직장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이나 ..
호주 경연에서 조규찬이 탈락한 자리에 새 가수 거미가 투입되었습니다. 우선 몰라볼 만큼 예뻐진 외모가 눈에 띄더군요. 뚜렷한 이목구비의 강한 인상 때문인지 금발로 염색한 머리가 썩 잘 어울렸습니다. 검은 머리일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여성적인 느낌이었어요. 화면에 비춰진 거미의 모습은 매우 분위기있고 아름다우면서도 개성이 넘쳐서, 어딘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틀에 박힌 미인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첫 경연에서 거미가 선택한 노래는 이소라의 '난 행복해'였습니다. 이소라 특유의 목소리와 창법이 너무 인상적인 데다가 원곡 자체가 부르기 쉽지 않은 노래라서, 이건 어쩌면 처음부터 상당히 모험적인 승부수였습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과연 '나는 가수다'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
이소라의 '제발'을 불러서 1위를 차지했을 때, 김범수는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데뷔 13년만에 1위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감격했습니다. 김범수처럼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13년 동안 어떤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해본 적 없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었지요. 지나치게 아이돌 위주로만 흘러가는 가요계의 현실에 새삼스런 비판이 가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기뻐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제작진이 바뀐 '나가수'는 한달간의 정비 작업을 거쳐 다시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김범수는 아직도 한달 전에 했던 1위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처럼, 제 눈에는 좀 그렇게 보였습니다. 거의 알..
'나는 가수다'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을 때, MC였던 이소라 또한 그 풍파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었지요. 저는 그 당시 이소라가 보여 준 태도에 극도로 실망한 나머지, 차라리 그녀가 '나가수' 출연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편이 낫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소라의 노래를 좋아한 팬이지만 그녀의 존재가 무슨 태풍의 핵처럼, 한쪽에서는 그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작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녀를 감싸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듯한 모양새가 몹시 짜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나가수'가 재개되면서, 이소라는 아주 간결한 말로 제 마음을 한결 풀어 놓았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자질 논란에 대한 말들도 들었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방송분을 모두 봤다...
록의 전설 임재범을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해 온 미션곡은 '너를 위해' 였는데, 임재범 스스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특별히 더 애착이 간다고 하지만 저에게도 아주 특별하고 의미 깊은 곡이었습니다. '너를 위해'는 2000년 당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의 OST로 사용되었었죠. 그 무렵 개인적인 사정들도 있고 해서 그 노래에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모릅니다. 집에서는 CD로 반복해서 들었고, 사무실에는 낡은 카세트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60분 테이프에 앞뒤로 이 노래 한 곡만 수십번을 녹음해서는 하루 온종일 틀어놓았을 정도입니다. '너를 위해'는 그토록 강렬하게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가슴 시리도록 절절한 가사와 처절하도록 울림이 깊은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