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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 남편은 중증 약시 환자로서 2급 시각장애인이다. 운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는 대중 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 지하철은 그래도 천천히 방향을 확인하면서 가면 되니까 좀 나은데, 현재 거주 지역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지하철역이 없어서 꼭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지하철도 탈 수 있다. 그래서 부부 동반 외출이 아니라 혼자 나가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용자 수에 비해 운행 차량 대수가 적다 보니 예약을 해도 시간 맞춰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1시간~2시간 정도를 맥놓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몹시 불편하고 난감한 경우가 많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저 꾹 참고 이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새벽에 나갈 일이 ..
'디어 마이 프렌즈' 한 회 한 회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대사들을 가슴에 새기듯 깊은 마음으로 시청하면서도 의외로 할 말이 많지 않은 이유는 내가 너무 어려서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스스로 꽤 나이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 내가 까마득한 어린애라는 점이었다. 평균 연령 70대의 '디마프'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세상을 내가 어찌 감히 이해한다거나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그랜드캐년과 같은 거대한 협곡을 마주한 것처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 압도되어 숙연함과 경외심만 느낄 뿐이었다. 오히려 37세의 청춘(?) 박완(고현정)의 입장에 훨씬 공감과 몰입이 잘 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아직 어린 모양이다. 물론 박완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는 것..
여전히 본방사수는 '황금의 제국'이다. 그러나 황금만 쫓는 사람들의 냉혹함에 가슴마저 시려올 때면 '굿 닥터'의 따스함에 저절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초반에 박시온(주원) 중심으로만 스토리가 전개될 때는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오글거린다 싶었는데, 점차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소아외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의 개별적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역시 고정 출연자들의 이미지가 어필되어야 진정한 재미가 살아나는 것 같다. '굿 닥터'는 박시온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폐증 환자를 비롯한 정신적 장애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육체적 장애인들보다도 더욱 심한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비장애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 한 가지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
착한 드라마 '글로리아'가 시청률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조용히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모처럼의 가슴 떨림과 행복을 전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다소 전형적이었던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해피엔딩도 싫지 않았습니다. 착하게 살아가던 그들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결국 이겨냈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들에게 승리와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이었습니다. 처음에 이강석(서지석)은 나진진(배두나)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재벌가 회장의 서자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그의 내면에는 뿌리깊은 상류층의 기질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아침마다 더운 물도 나오지 않는 공동화장실 앞에서..
지난해 '슈퍼스타K' 시즌1에 참가했던 김국환이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나섰습니다. 1년 동안 피나는 보컬 연습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하더군요.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커다란 관심을 느낀 저는 즉시 검색을 이용해 그 앨범의 타이틀곡 '할 수 있다'를 비롯한 서너 곡 정도를 찾아 들어 보았습니다. 맑으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보컬 트레이닝의 결과로 1년 전보다 많이 다듬어진 듯했고, 그러면서도 아마추어적인 순수함을 잃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슈퍼스타K'에 원래 관심이 없던 저는 허각, 존박, 장재인의 준결승 무대를 우연히 시청한 후 갑작스레 빠져들기 시작하여, 그 때까지의 '슈퍼스타K2' 전체 동영상을 모두 구해서 시청했고, 급기야는 작년에 방송되었던 '시즌1'의 동영상마저 일부를 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