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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녀린 몸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채 '화장을 고치고'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애절했다. 힘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 속에는 연인과의 이별 후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 나쁘게도 지각없는 방청객이 흘린 스포를 먼저 접했던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단언컨대 하얀 면사포 속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면사포 가면을 벗어던진 '도장신부'가 짧은 머리카락을 휙휙 털어내릴 때, 다소곳한 여인이 갑자기 터프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우승자로서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 백청강은 어린 나이에 직장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이나 ..
이번 주 '불후의 명곡2'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수들을 기리는 '추모 연가' 특집으로 방송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친형 故김재기의 노래 '사랑할수록'을 부른 김재희의 무대, 故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부른 강민경의 무대, 故채동하를 추억하며 '살다가'를 부른 김진호의 무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도 김진호의 '살다가'는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충격과 전율을 안겨주었다. SG워너비의 김진호는 운명처럼 마지막 무대에 섰다. 한동안 방송에서 보기 어렵다 싶었더니 그저 마이크 하나로 살아남는, 가장 가수다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대학교나 병원들을 다니며 무료로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더란다. 같은 그룹의 동료였던 故채동하를 기리는 뜻에서 '불명2'의 초대를 거부하지 않고 참석했지..
'나는 가수다' 시즌2는 여전히 전쟁터이지만, 순위와 탈락의 부담이 없는 '불후의 명곡2'는 점점 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군요. 특히 전설 '윤복희-윤항기' 편은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아릿한 슬픔이 느껴졌고, 한편 아쉬우면서도 한편 흐뭇한 것이 마치 기나긴 축제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불명2'의 가족으로 함께 해 온 가수들이 무려 4팀이나 한꺼번에 잠정휴식을 선언하고 하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탈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이별은 이별인지라 허전함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 출연한 6팀의 무대는 모두 알차고 훌륭했습니다. 하차하는 가수들이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남..
평소 아이돌의 음악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그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2AM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음악보다 예능적인 끼와 유머감각 등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곤 했지요. 1세대 아이돌 중에서 대표적인 예능돌이 바로 신화였습니다. 제가 그들을 처음 본 것은 2004년 가을, SBS의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강호동의 연애편지'가 신설되었을 때였어요. 남성 출연자들은 신화 멤버 6명과 신정환, 천명훈까지 합쳐서 8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는 여성 출연자도 인원수가 똑같이 맞춰졌지만 초반에는 1명뿐이었지요. 그 날의 여성 출연자는 완전히 공주 대접을 받으면서 남성 출연자들을 저울질하다가 마지막엔 최고의 남성으로 한 명을 선택하면 되는 거..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일단 시즌1의 엄청난 성공을 증명하는데, 그보다 뛰어넘는 작품을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고 포맷이 완전히 바뀐다면 굳이 시즌2라고 명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따라서 웬만한 프로그램의 시즌2는 전작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오히려 시즌1의 명성마저 깎아먹는 망작이 되거나, 간신히 흉내만 내는 수준에서 그치다가 조기 종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패밀리가 떴다2' 정도가 있겠군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시즌1을 뛰어넘는 시즌2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 시즌2는 아무래도 극소수의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군요..
'나는 가수다' 시즌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김경호는 명예졸업에 성공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군요. 명예 졸업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경호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나가수'에서는 너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그가 한동안 희귀병으로 투병하며 많이 아팠던 사람임을 잊고 지냈거든요. "제가 아프고 나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세워 주셔서... 다시 회복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보다도,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염려해 주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 말이 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무..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박완규는 임재범을 많이 닮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존경하는 선배라서 늘 따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와 경력 면에서 약 10년 가량의 차이가 있다 보니 확실히 임재범보다는 설익은 느낌이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 원숙미가 더해지면 지금보다 더욱 닮아있을 것 같습니다. 임재범이 '나가수'에 출연할 때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동료 가수들의 무대에 관해 조금씩 평가하듯 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빈잔'을 불렀던 스스로의 무대를 '한풀이'였다고 표현한 데 이어, 박정현과 윤도현은 본인들의 콘서트를 하듯이 즐겼을 뿐이고, 진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연우뿐이라고 ..
'나는 가수다'가 여전히 온갖 잡음과 논란에 시달리며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동안 '불후의 명곡2'는 제대로 탄력받아 쭉쭉 발전해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나가수'는 완전 무명이었던 적우가 투입되면서부터 대중의 기대치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그렇게 투입된 적우가 이렇다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점점 더 실망을 가중시켜 흥미를 떨어뜨렸습니다. 더구나 김연우와 조규찬이 1라운드만에 탈락했던 무시무시한 '나가수'에서 벌써 3라운드째 너끈히 버티고 있는 적우의 모습은, 순위에 대한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들었습니다. 적우에 대해 유독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자문위원 김태훈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자, 적우를 비호하는 세력에 의해 잘렸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습니다. 이토록 신뢰를 ..
가수 임재범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열띤 환호성과 더불어 갖가지 논란이 따라다닙니다. 그가 입을 열어 몇 마디 말을 하거나 심지어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해도 여기저기서 각양각색의 다양한 반응과 예상치 못했던 잡음이 일어납니다. 한 가지 루머가 잠잠하게 해결되었나 싶으면 곧이어 제2탄, 3탄, 4탄의 더욱 혹독한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합니다. 이쯤이면 그만 멈추어도 될 듯 싶은데, 임재범을 흔들어대는 모진 바람은 도대체 아무리 기다려도 끝날 기미가 없군요. 한 사람의 존재가 이토록 어딜가나 태풍의 눈이 되다니, 확실히 범상치는 않은 운명입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한 것이 지난 5월 말의 일이니 벌써 7개월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나가수'와 임재범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기만 하면 세상은 온통 시끄..
지난 주, 정식 출연도 시작하기 전에 대기실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는 박완규의 모습에 적잖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박완규를 위해서보다 김태원 때문에 좀 걱정을 했었습니다. 수렁에 빠진 녀석의 손을 잡아서 기껏 힘들게 끌어올려 줬더니만, 건방진 몇 마디의 말로써 한 방에 훅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이번 주에 첫 출연한 박완규를 보고는 걱정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모든 말과 행동이 어찌나 티없이 순수하고 귀여운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거든요.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과 이태권에게 퍼붓던 독설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선글라스마저 벗고 맨눈을 드러낸 박완규의 모습은 그저 순한 양 같았습니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박완규가 김경호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