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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닥터 진' 7회의 중심부에서 극을 이끌어간 캐릭터는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흥선군 이하응(이범수)이나 종사관 김경탁(김재중)도 아니었습니다. 이름없는 풀꽃의 은은한 향기와 초록빛을 지녔던 여인... 고달픈 삶 속에서도 고이 간직해 왔던,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진 여인... 기녀 계향(윤주희)이 바로 7회의 주인공이었지요. 드라마 전체를 볼 때 그녀가 등장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나, 짧은 동안에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불태우고 떠난 인물이 아닐까 싶군요. 계향의 캐릭터가 더욱 의미있는 까닭은, 그 인물 자체가 철저한 '약자'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이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사실은 서민보다도 못한 처지의 최하층민이죠. 노류..
'커피하우스'의 후속작 '나는 전설이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 홍지민, 장신영, 고은미 등으로 이루어진 여성 출연자 라인입니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는 없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더없이 화려한 출연진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타이틀롤을 맡아도 될만한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인데, 이렇게 모아 놓으니 매우 든든하여 아주 마음 편하게 시청할 수가 있더군요. 요즘 웬만한 드라마에는 어설픈 신인들이 한두명씩 끼어 있어서 중간 중간에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선사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스릴(?)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 김정은의 극 중 배역 이름은 '전설희' 입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제목은 다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전설희는 이제 명실상부한 '전설'이 ..
요즘 드라마에서 악역의 위치는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원래 악역이란 시청자들에게 미움받는 존재였으나 이제는 별로 그렇지도 않지요. 오히려 강렬한 매력과 포스를 물씬 풍기며 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는 악역이 많습니다.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도 원래는 주인공 덕만(이요원)과 대칭점에 놓이는 명백한 악역이었으나 그 엄청난 존재감은 주연을 뛰어넘어 사실상 '선덕여왕'을 미실의 드라마로 만들어 버렸었지요. 저의 개인적 견해로 '추노'는 명품 사극이긴 하지만 '선덕여왕'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역동적인 화면 구성이나 액션 등을 생각해 본다면 물론 '추노' 쪽이 앞선 부분도 존재하지만,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시청하는 인물 심리면에서는 뚜렷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큰 주모(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