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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역시 정통 정치드라마는 정치 이야기가 중심이 될 때라야 제맛이 납니다. 유민기(제이)와 장인영(왕지혜)의 러브모드가 진행될 당시에는 엄청 지루하고 오글거렸지요. 게다가 장인영의 생모 주일란(조은숙)이 등장하여 퇴폐적인 냄새를 풍기며 장일준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현실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느닷없이 막장드라마적 요소가 첨가되니 '프레지던트'만이 갖고 있던 독특한 분위기가 죽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13회에서는 다시 본격적인 정치 싸움이 주된 테마로 등장하며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이 드라마에서 단연 최고의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백찬기(김규철)였습니다. 김경모(홍요섭)의 참모인 백찬기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
최수종 주연의 '프레지던트'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첫방송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합니다만, 저의 판단으로는 현재 타방송사의 경쟁작이며 또한 같은 장르의 정치드라마라고 알려진 '대물' 보다는 작품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물'은 약간의 정치색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멜로드라마에 가깝다고 보여지며, 그 정치색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갈수록 적응이 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지만 드라마로 만들려면 장르의 특성에 맞게 조금이나마 현실성을 확보해 주어야 했는데 '대물'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시크릿 가든'처럼 아예 대놓고 환타지를 표방하는 드라마도 아닌데, 명색이 진지한 정치드라마에서 동화적인 환상을 계속 보게 되니 저는 매번 손발이 오글거리더군요. ..
짝사랑 선후배라는 것만이 아니라, 두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참으로 많이 닮았군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박개인(손예진)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상대에게 많이 의지하고 약간 귀찮게 구는 경향이 있다면, 최관장(류승룡)은 완벽한 어른의 성숙한 내면을 지니고 있어서 무엇이든 베풀려고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들은 닮은꼴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11회 엔딩에서 드디어 전진호(이민호)는 모든 타격을 각오하고 최관장에게 자기의 실체를 털어놓고 맙니다. 사랑이 그를 용감하게 하였군요. 최관장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내일로 넘어갔지만, 예고편을 통해 그의 태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술을 마시며 "미련한 친구... 속이려고만 들었으면 얼마든지 속아 주었을텐데..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를 즐겨 왔지만, 이렇게 독특한 커플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저는 감히 이들을 최고(最高)의 커플이라 말하고 싶군요. 물론 이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도 많이 있었으나, 제가 박개인과 전진호 커플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등장인물 중 오직 김인희(왕지혜)만이 아직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예쁘기만 하면 그것도 재미없을지 모르지요. 요즈음 보면 한창렬(김지석)도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며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 피도 섞이지 않은 서모(庶母)들을..
개인적으로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놓아버렸던 드라마인데, 우연히 재방송을 힐끗거리다가 덜컥 낚여버린 '개인의 취향' 입니다. 지극히 유치하고 얄팍한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적나라한 인간의 본성들을 원색적으로 대비시켜 놓은 구도가 자못 흥미롭더군요. 이민호가 연기하는 전진호라는 캐릭터가 적잖이 매력적이기도 하구요. 감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성화와 조은지의 연기가 또한 볼만합니다. 요즈음 드라마는 온전히 미워할 수 있는 악역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특징인 듯 합니다. 초반에는 그럴 수 없이 뻔뻔한 밉상으로 여겨졌던 김인희(왕지혜)와 한창렬(김지석)이, 6회까지 방송된 지금은 나름대로 가엾고 순수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제가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김인희의 캐릭터지만, 우선은 한창렬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