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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갈등'이다. 갈등 없이는 어떤 드라마도 만들어질 수 없기에, 드라마는 '갈등'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갈등은 바로 '악역'에게서 비롯된다. 현실 속 세상이 그렇듯이 드라마 속 세상에도 나쁜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 나쁜 인간들의 활약이 도드라질수록 드라마의 갈등은 심화되며, 갈등이 심화될수록 드라마의 흥미는 더해진다. 때로는 막장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솔직히 악역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최후에 그 악역이 몰락하면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줄 때의 쾌감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매력적인 악역은 그 존재감으로 선한 주인공을 제압하며 해당 드라마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고현정이 열연했던 '선덕여왕'의 '미실..
사실 남주인공 이건(장혁)과 기이한 운명으로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미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었다. 로펌이라는 화려한 직장에 다니지만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말단 여직원, 게다가 한없이 여리고 순하기만 한 김미영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 때문에 직장 상사 및 동료들로부터 거의 하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동료들은 툭하면 자신의 업무를 미영에게 떠맡기면서도 미안한 줄 몰랐고, 심지어 포스트잇에 '오늘의 할 일'을 적어 미영의 몸에 붙여놓는 무례한 행동조차 서슴지 않았다. 상사들은 직장 업무뿐 아니라 사적인 일에까지 김미영을 알뜰히 부려먹었다. 속으로는 이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한 마디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서 그저 웃는 얼굴로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김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