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열혈사제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나에게 있어 '열혈사제'는 마음 편히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현재 6회까지 (중간 광고로 반토막씩 나누지 않는다면 3회까지) 시청하는 동안 나는 마치 우리 집 내부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처럼 불안했고, 그 안에서 언뜻 언뜻 비치는 왜곡된 모습들에 불편했으며, 어쩌면 우리 집 가장(아버지)처럼 느껴지던 이영준(정동환) 신부님이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더러운 누명까지 쓰게 되었을 때는 뻔히 픽션인 줄을 알면서도 슬픔과 분노에 손이 떨리고 가슴이 싸늘해질 정도였다. 나는 작품 속 이영준 신부님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주던 신부님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가톨릭 신앙 생활을 해 왔어도 그런 분을 만나 뵙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운 좋게도 무려..
나는 지금껏 드라마나 영화에 '천주교'라든가 '성당'이라든가 '신부(사제)' 라든가 '수녀'라는 존재들이 소재로 쓰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종교로 다가가는 소통의 창구라고 볼 수도 있고, 그렇기에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매우 못마땅할 때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속에서 뭔가 '왜곡'된 부분이 드러날 때마다 심히 거슬렸기 때문이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별 것도 아닌 분위기 메이킹을 위해 천주교나 성당 등의 소재를 너무 손쉽고 안일하게 사용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천주교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주인공이 갑자기 성당에서 결혼을 한다든가, 뜬금없이 고해소에서 신부님에게 고민상담을 한다든가 이런 장면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