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꽃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세자빈 화용(정유미)인지, 그 여동생 부용(한지민)인지, 아니면 또 다른 궁녀인지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300년 전의 조선 왕궁에서 연못에 빠져 죽었습니다. 비록 한창 젊은 나이의 서글픈 죽음이었지만, 그래도 연못에 떠다니던 연꽃들과 평화롭게 노닐던 물고기들은 자기들만의 노래와 언어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해 주었겠지요. 하지만 300년 후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가냘픈 몸뚱아리를 사정없이 자동차에 받힌 후 내동댕이쳐진 박하... 그녀가 풍덩 빠져버린 저수지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그 이름도 살벌한 공룡저수지에는 향그러운 연꽃 한 송이 떠다니지 않고, 각박한 서울 생활에 지쳐버린 물고기들은 밤낚시꾼들의 속임수를 피해 꽁꽁 숨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박하의 곁에 다가와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는 아무도..
역시 정통 정치드라마는 정치 이야기가 중심이 될 때라야 제맛이 납니다. 유민기(제이)와 장인영(왕지혜)의 러브모드가 진행될 당시에는 엄청 지루하고 오글거렸지요. 게다가 장인영의 생모 주일란(조은숙)이 등장하여 퇴폐적인 냄새를 풍기며 장일준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현실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느닷없이 막장드라마적 요소가 첨가되니 '프레지던트'만이 갖고 있던 독특한 분위기가 죽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13회에서는 다시 본격적인 정치 싸움이 주된 테마로 등장하며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이 드라마에서 단연 최고의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백찬기(김규철)였습니다. 김경모(홍요섭)의 참모인 백찬기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