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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MBC의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방송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경성 스캔들'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원작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망작이 되기 십상인데, 진수완 작가라면 안심해도 될 듯 싶었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1년 전쯤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입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해품달'을 가리켜 '경복궁 스캔들'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ㅎ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성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 '공순호' 역할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영애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
좋게 생각하면 그런 게 바로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며, 사람 사는 재미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줄리엔은 워낙 성격이 쿨하고 착하니, 어쩌면 자기 고향에서의 딱딱하고 합리적인 생활보다 여기 한국에서의 인정 넘치는 생활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그 동안 안내상이 줄리엔에게 끼치는 민폐 행각을 보면서 무척이나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툭하면 본인이 싫다는데도 이것 저것 떠넘기고 강요해서 그 착한 줄리엔이 "내상~ 나 이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게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시리 제가 다 미안해지더군요. 게다가 혈액형이 자기와 똑같은 RH-AB 형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사람을 '비상 혈액주머니' 취급하는 것도 참 보기 흉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눈에는 단 한 번도 곱게 보인 적 없던 인물이 안내상입니다. 그는 힘을 잃고 움츠러든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과 초라한 가장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별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뻔뻔스런 민폐와 진상 행각을 해대던 모습도 밉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급격히 변화한 모습도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내상이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던 회차의 방송을 보며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전형적인 방법으로 억지 감동을 짜내려는 듯한 구성에 실망만 느껴졌습니다. 이건 정말 김병욱 PD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드디어 처..
해도 너무한 안내상의 진상 캐릭터를 참다 못해서 제가 처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던 것이 지난 11월 9일 오전이었습니다. 31회까지의 방송분을 보고 나서 쓴 거였죠. 그 때까지만 해도 안내상 캐릭터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에 방송된 32회부터 아주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이킥3'는 3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요,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진상짓만 되풀이하던 안내상은 불과 32, 33, 34... 이 3회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단 32회에서는 작은처남 윤지석(서지석)의 입바른 소리를 듣고 나서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원래 안내상은 자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강승윤이 가져온 경주빵을 ..
저는 '하이킥3'를 오래 전부터 학수고대해 왔고, 출발하면서부터는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시청률이나 세간의 이런저런 혹평들도 상관없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저의 기대와 신뢰도는 그만큼 높았습니다. 화장실이며 엉덩이, 속옷, 노출 등의 소재가 허구헌날 등장하는 것은 충분한 비판의 대상이 될만했고, 저 역시 다른 작품이었다면 어김없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장면들 속에 김병욱 PD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었으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서라도, 머리에 쥐나도록 생각해서라도 그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싶..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백진희는 윤계상이 근무하는 보건소에 인턴을 지원하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처음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도 윤계상이었고, 시험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두툼한 교재까지 선물해 준 사람도 역시 윤계상이었죠. 그토록 친절한 윤계상에게 호감을 품게 된 백진희는 자신의 대학선배인 사진작가 이켠이 개최하는 '웃는 얼굴 사진전'에 윤계상을 모델로 추천하고,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윤계상은 결국 사진 모델을 수락하고 맙니다. 시험 당일, 백진희는 감독관으로 들어온 윤계상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윤계상도 "시험 잘 봐요!" 하고 입모양으로 격려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어 주네요. 그런데 문제를 풀다가 막히게 되자 백진희는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