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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동이' 9회와 10회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비중있는 연기자들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단역에 가까워 보이는 감찰부 나인 '정임'으로 나온 배우가 정유미라는 것을 보고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심지어는 까메오 출연이 아닐까 생각조차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동이와 초반에는 적대적 관계였다가 나중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니, 결과적으로 보면 '대장금'에서 박은혜가 맡았던 '연생이'와 비슷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노비였다가 후궁이 된 동이(숙빈최씨)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에서, 내명부의 감찰부 궁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제가 보기에는 김혜선이나 김소이와 같은 중견 배우들이 감찰부 상궁으로 등장한 것도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해 ..
요즘 사극은 코믹이 대세일까요? '추노'가 기본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으면서도 곳곳에 적지 않은 코믹 요소를 심어 놓았더니만, '동이'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드라마 자체의 컨셉을 코믹으로 잡고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1. 숙종 (지진희) 놀랍게도 코믹의 중심에는 임금 숙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이와 함께 음변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다가 발각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근엄하게 "내가 이 나라의 왕이니라!" 하고 소리치다가 안 먹히자, 눈을 감고 에잇 에잇 마구 칼을 휘둘러대던 모습은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오는 허당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연예인처럼 궁녀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다니더만, 임금이 이렇게 코믹하니 전체적 분위기도 코믹할 수밖에 없겠네요. 2. 오태풍(이계인) 음변 사건으로 인..
여주인공 최동이의 식상함에 비해, 숙종(지진희)의 캐릭터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에서 그려진 숙종 임금의 모습은 여인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둥이 내지는 나약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았지요. 물론 역사를 조금만 아는 시청자라면 그것이 결코 숙종의 진면목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나, 주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던 그 시대 배경의 사극에서, 남주인공인 숙종은 진실과 상관없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이'에서는 무엇보다 숙종의 캐릭터에 정성을 기울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의, 서늘하고도 색다른 매력의 숙종을 탄생시켰군요. 현명하고 강한 군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통쾌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는 ..
'동이' 5회에서 드디어 여주인공 한효주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4회의 엔딩에서 해금을 켜는 장면으로 잠시 모습을 비추었을 뿐이니, 5회의 초반부는 어른이 된 최동이의 인물 소개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장악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여러 악공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동이의 모습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는데...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습니다. 꼭 7년 전의 장금이가 돌아온 것 같았어요. 이영애가 연기했던 '서장금' 역시 굉장히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은 캐릭터였습니다.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였지요. 그런 성격 때문에 스스로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잦았으나 그래도 장금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