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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미친 존재감 스페셜'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주제 아래 특별한 공통점 없이 모인 게스트들이었지만, 어쨌든 이번 주 '강심장'은 거의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각자의 숨겨진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빠져들었지요. 조필연, 이런 모습 처음이야! 정보석의 소탈한 모습은 예전 '무릎팍 도사'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보여 주시더군요. 미(美)의 기준이 지금과 달랐던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외모였지만, 지금은 "언뜻 봐도 잘나긴 했죠?" 라며 거침없는 '지자랑'을 날려 주시기도 하고, 연애 시절 아내를 절절히 사랑하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잠잘 때 옆에서 코를 골면 베개를 휙~ 빼어 버린다는 반전을 선사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MC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소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무난히 해피엔딩을 맞이한 '제빵왕 김탁구' 였습니다. 쇼킹한 반전은 없었군요. 저의 예측은 대부분 맞아들어갔습니다. 김탁구(윤시윤)는 거성식품 대표의 자리를 거절하고 팔봉 빵집으로 돌아가서 양미순(이영아)과 결혼하여 평생토록 행복한 빵쟁이가 되었습니다. 그 대신 구일중(전광렬)의 맏딸 구자경(최자혜)이 거성의 새 주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리를 찾아갔으니, 아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결말을 맞이했다 하겠습니다. 유난히 탈이 많았던 러브라인도 급격히 정리되었습니다. 김탁구는 구마준(주원)과 신유경(유진)의 결혼 이후로 쿨하게 마음을 접었는지, 그 동안 모른척 하던 양미순의 마음을 단숨에 받..
염려했던 것처럼 팔봉 선생(장항선)이 하차한 후의 '제빵왕 김탁구'는 완전히 김 빠진 사이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쪽에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신유경(유진)이 있고, 한쪽에는 누구의 아바타인지 다 알고 있는데 괜히 어설픈 연막을 치는 조진구(박성웅)가 있습니다. 너무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덜기 위하여 미스테리한 느낌을 가미한 듯한데, 솔직히 조진구가 김탁구를 배신하고 다시 한승재와 손을 잡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이 나온 김에 조진구 쪽 이야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지요. 조진구는 박변호사와 더불어 구일중(전광렬)이 남겨 둔 탁구의 수호천사라 볼 수 있습니다. 김탁구(윤시윤)가 거성에 입성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초반에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 준 ..
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정확히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한 잔혹동화 '제빵왕 김탁구' 23회에서는, 첫째로 팔봉 선생(장항선)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이 발생했고, 둘째로는 거성의 주인과 안주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우스꽝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팔봉 선생의 이야기는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우선은 급격히 널을 뛰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해 버린 구일중(전광렬)과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황당한 것은 갑자기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 변모한 구일중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구마준(주원)을 향해 "너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에게서는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라고 차갑게 단죄하며 참회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통속과 막장 논란은 있었으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핑계삼아 구일중과 그의 어머니 홍여사를 선역으로 만들고, 서인숙과 한승재를 악역으로 몰아가려는 낌새가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서인숙과 한승재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기 전이었으므로 양쪽의 균형추는 엇비슷했습니다. 비 오던 밤,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은 본격적인 악역의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어린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려 하고, 신유경의 아버지를 사주해 탁구 엄마 김미순에게 치욕적인 위해를 가하려 했던 점 등등, 서인숙과 한승재가 행하는 죄악들은 가히 인면수심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약간의 균형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구마준이 그들..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수요일의 19회 방송에서 한승재와 서인숙이 마주 대하던 장면이었습니다. 구일중이 탁구를 만났으며 그 아이를 회사로 불러들이려 한다고 한승재가 보고하자 서인숙이 소리쳤죠. "당신, 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렇게 두고 보기만 하는 거야?" 한승재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두고 본 적 없어요. 나도 안해 본 짓 없이 다 해봤다구." 서인숙은 절규합니다. "그런데 왜 그 아이가 아직도 우리 인생에 끼어들어, 왜?" 그 때 한승재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나보다 그 녀석의 운이 더 질기고 강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위협하고 모함해도 모질게 제 운명의 끈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녀석이라구요. 지금 마준이는 그런 녀석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거요. 아시겠어요?" ..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