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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으로 선보이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라 하여 큰 기대를 가졌는데 '태양의 후예' 1, 2회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과장된 내용에 개연성은 떨어지고, 대략 성격 급한 금사빠 남녀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였다. 특히 장군도 아닌 한 명의 대위를 픽업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병원 옥상으로 날아오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질 지경이었다. 내용에 공감과 몰입이 되지 않으니, 송중기와 송혜교의 미친 비주얼에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놓지 않은 이유는 주된 공간적 배경이 중동 지역인지라, 그 곳의 참담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울에서의 그것과 매우 달라질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3회에서 이미 예상은 적중했다. 서울에서의 짧은 만남과 이별 후 중동 우르크에서 우연처럼 재회한 유시진(송..
여배우 송혜교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5억 5700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본인과 소속사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비록 세무사의 잘못이었을 뿐 본인은 절대 알지 못했던 일이지만,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하여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세무사와 회계법인에게 떠넘기는 송혜교 측의 태도는 도통 믿음이 가질 않는다. 세금을 납부해야 할 사람이 송혜교인데, 세금 탈루로 인한 금전적 이익은 세무사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의뢰인이 세금을 적게 내든 많이 내든 상관없이 세무사는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 탈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자가 있다면 송혜교와 그 소속사일 뿐이다. 무려 25억에 달하는 엄청난 거액의 세금 탈루를 '실수'라고 주장한다면 그 역시 말이 안 된다. 톱스타..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당신은 '여왕의 교실' 8회를 보고 감동을 받았나요? 도둑질과 몰카와 왕따 사건의 주동자였던 고나리(이영유)가 반 친구들과 화해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나요? 친구의 잘못을 쿨하게 용서하고 다시 받아주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동심을 보며, 그래도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흐뭇해졌나요? 그런가요, 그게 맞는 건가요? 저는 그 장면들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너무 불편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토록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나리를 용서해 주자고 앞장서서 반 아이들을 설득한 심하나(김향기)는 물론 착한 아이였죠. 하지만 저는 심하나의 착한 행동이 (이번 경우에는) 기특하기보다 오히려 짜증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여왕의 교실'에서 표현..
사랑이 깊어갈수록 오수(조인성)의 고통은 더해만 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이 재발한 오영(송혜교)은 삶의 의욕을 잃고 남아있는 시간이나마 짧은 행복을 누리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렇게 보낼 수 없었던 오수는 눈물과 회유와 협박 등 갖은 방법으로 애걸복걸해서 간신히 마음을 돌려 놓았더랬죠. 수술받지 않겠다는 오영을 설득하기도 힘들었지만, 그녀를 위해 좋은 의사를 소개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수는 자기 목숨을 담보로 잡고 비아냥거리는 조무철(김태우) 앞에 기꺼이 무릎을 꿇었고, 영이의 뇌 사진을 보고 가망 없다며 고개젓는 의사 조선(정경순)을 설득하기 위해 또 한 차례 절규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양측의 동의를 얻어내고 수술 날짜가 잡히기를..
예상대로 오영(송혜교)의 극심한 두통은 뇌종양이 재발한 결과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녀를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헤매게 만들었던 그 병이 다시 목을 죄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도 그녀의 뇌 사진을 보고는 가망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오영의 상태는 심각합니다. 최초 발병이 아니고 재발이기 때문에 그녀가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상황입니다. 이제 그녀의 나이 스물 일곱...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불행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오영의 삶은 비참 그 자체였네요.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를 잃고 오빠와 헤어졌을 때 오영은 겨우 여섯 살에 불과했는데, 그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뇌종양으로 죽음의 공포를 겪고, 그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
제가 보기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8~9회는 다소의 시간 끌기(또는 쉬어가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국의 주중 미니시리즈는 기본이 16회니까 어떻게든 그 분량은 채워주어야겠는데, 이 작품은 원래 기본 스토리가 간략해서 웬만큼 살을 붙이고 옷을 덧입혀도 그만큼 채우기는 빠듯하리라 생각되거든요. 일본 드라마가 거의 그렇듯 원작인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도 10부작으로 종영했고, 문근영 김주혁 주연으로 리메이크 했던 영화는 더구나 총 2시간도 못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16부작으로 늘려 놓으려면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왕창 늘려서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되 원작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아니면 주어진 얼개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오늘은 그 남자, 오수(조인성)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엔 돈을 목적으로 오영(송혜교)에게 접근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용하려던 대상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그 남자...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껏 사랑하고 싶지만 오빠라는 이름으로 다가갔기에 다른 관계의 가능성은 애초부터 차단되어 있는 갑갑하고 슬픈 운명... 그 누구보다도 가감없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오수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 슬픔과 두려움은 남들보다 훨씬 더 크고 생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10년 전에 죽은 옛사랑 문희주(경수진)를 잊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마음까지 짊어지고 살아가니, 오수 이 녀석의 인생도 참 고달프기 짝이 없군요.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 왔지만 이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처럼 사람답게 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분명히 정통 멜로인데, 보면 볼수록 추리물이나 스릴러처럼 섬뜩한 느낌이 짙어지니 무슨 까닭일까요?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죽은 오빠로 위장하고 거액의 돈을 노리며 그녀의 대저택에 침투한 남주인공 오수(조인성), 이 사람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별로 독하지도 못하고 음흉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진소라(서효림)의 농간에 걸려 단기간에 78억을 갚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게 될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고 있지만, 원래는 이런 일에 취미도 없는 사람이에요. 전문 포커 겜블러로서의 뛰어난 실력이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깟 돈쯤은 어렵잖게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삶 자체의 목표가 없다 보니 돈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좀 까칠하고 못된 구석은 ..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가 정원에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설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유아독존식으로 살아온 그 까칠한 남자 서준이, 자기보다 한참 어린 하나에게 덥석 몸을 기대며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애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흐뭇하면서도 서글펐습니다. 그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져 왔기에 흐뭇했지만,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알기에 서글펐습니다. 부모를 비롯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닫고 살아온 서준이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알기에, 처음 느끼는 이 따스함과 편안함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갈 거라는 사실은 더욱 서글펐습니다. 부모의 사랑과 자녀의 사랑은 결코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둘 다 이루어지지 않거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