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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 성삼문(1418~1456) 아주 오래 전, 학생 시절부터 좋아하던 시조였는데 문득 오늘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2행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고, 제1행과 제3행만 생각났을 뿐 아니라 지은이조차도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했다. 평생 나름 괜찮은 기억력과 암기력을 자신해 왔건만, 좋아한다면서도 어느 덧 저 짧은 시조 한 수마저 온전히 기억 못하게 되어버린 세월에 나는 고소(苦笑)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본성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나는 10대 고교생이었던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독야청청'이라는 단어에 매혹된다. 흰 눈은 원래 ..
드디어 베일에 싸였던 밀본의 수장, 본원 정기준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추측 속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반촌의 백정 가리온(윤제문)이 바로 그였습니다. 오히려 너무 강력히 추측되는 인물이므로 뻔한 전개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를 후보에세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별다른 반전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정기준은 현재까지 세종(한석규)과 강채윤(장혁)을 완벽히 속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리온의 정체를 꿈에도 모르는 세종은 그를 소중한 인재로 아끼며 자신의 사업에 동참시키려는 중이고, 강채윤은 천민의 설움을 겪는 그를 통해 죽은 아비 석삼의 모습을 발견하며 지극한 연민을 품게 되었습니다. 적들로부터 경계심이나 악의가 아니라 오히려 완벽한 믿음과 호의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정기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