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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최근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제 마음을 확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좀 허전했는데, 고맙게도 오래 전에 종영된 '순풍 산부인과'를 다시 볼 수 있는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13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 보아도 여전히 세련된 웃음과 재미를 주는군요. 무려 340회나 되는 대장정 속에 등장인물들의 교체도 많았고 중간의 흔들림도 있었지만, 이쯤되면 가히 명작이라 일컬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김병욱 시트콤 매니아로서 언젠가부터 고작 120부 정도로 너무 짧아져 버린 분량이 새삼 아쉬워지더군요. '순풍 산부인과'를 보면서 때로는 감개무량했고, 때로는 신기했고, 때로는 서글펐습니다. 쌍절곤을 돌리는 수간호사 김정희와 우락부락한 얼굴에 소심한 성격을 지닌 남자 간호사 표인봉은 처음..
'세상을 바꾸는 퀴즈' (이하 '세바퀴')는 대략 1년 전까지만 해도 기타 예능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경실, 조혜련, 김지선 등 기 센 아줌마들의 오버스러움은 애교스런 할머니 선우용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융화되어 거부감의 덫을 비켜났고, 그 위에 임예진의 귀여운 푼수기와 조형기의 구수한 입담과 김태현의 촌철살인 개그 등이 잘 버무려져 독특한 감칠맛을 냈지요. 초대되는 게스트들도 매우 다양해서,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던 반가운 얼굴들을 수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게스트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우선 프로레슬러 이왕표라든가, 코미디언 최병서, 배우 이정섭 등의 이름이 떠오르는군요. 20대 초반의 젊은 게스트는 예쁜 고명처럼 조금씩 얹혀져 있었을 뿐, 대부분은 높은 연령..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선우용녀와 박영규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들은 MC 박미선과 더불어 잠시 즉흥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몇 년째 백수로 처가살이를 하면서 만날 얻어먹기만 좋아하는 사위를 나무라는 선우용녀 할머니와, 그런 장모님한테 서운해하는 박영규, 그 와중에 등장해서 남편의 편을 드는 박미선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10년 전의 미달이네 가족을 그대로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더군요. '순풍 산부인과'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참 많이도 그립고 정겨웠습니다. 저는 그 작품 이후로 김병욱 PD 시트콤의 매니아가 되었지요. '스타 퀴즈' 코너에서 박영규가 자신을 소재로 낸 문제는 "박영규는 영화촬영장에서는 ○○가 되고 싶어한다" 였는데, 정답은 '..
'세바퀴'는 제가 가장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스튜디오 내에서 하는 촬영인 데다가 고정 패널이 많다 보니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조금씩 새로운 포맷을 구성하면서 변함없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세바퀴'가 저는 참 좋습니다. 특히 출연자들의 연령층이 비교적 높다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아저씨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수다에, 때로는 모든 것을 달관하신 듯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선우용녀, 전원주, 이정섭 등)의 유머감각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사실 요즘 젊은 연예인들의 트렌드는 너무 빠르게 바뀌어가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스타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이기에, 어느 정도 연령이 높거나 유행에 ..
내가 평소 '세바퀴'를 시청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오락프로 중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세바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을 '아줌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한데, 나는 아줌마 중에서도 '할머니' 선우용녀씨의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세바퀴'의 MC와 고정패널 모두를 통틀어 없어서는 안될 꼭 한 명을 꼽으라면 나는 선우용녀씨를 꼽을 것이다. 선우용녀씨가 방송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은 없지만, 아마도 손주가 있으실 것 같다. 명실상부한 '할머니' 이신데 저토록 예쁘시다니... 타고난 아름다움만으로 노년까지 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이다. 그간 방송에서 보여주셨던 티없는 밝음이 그대로 삶 속에 투영되어 저 미소에 묻어나는 듯하다. '아줌마..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