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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던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때로는 그 모습이 서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쩌면 숨겨진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응답하라 1994' 멤버들이 다시 뭉쳐 떠난 여행 '꽃보다 청춘' 라오스 제1편에서 가장 먼저 포텐을 터뜨린 사람은 배우 유연석이었다. 이 남자는 참 알면 알수록 스펙터클하고 어메이징한 매력이 있다. 누구보다도 매끄럽고 세련된 서울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사실은 무뚝뚝한 상남자의 본고장인 경상도 출신이라는 사실로 놀라움을 주더니만, 이번에는 다정한 어미새처럼 친구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또 한 번의 신선한 충격을 준다. tvN 채널 광고를 찍는 줄만 알고 모였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며,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저마다의 느낌과 대처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나 특수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인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TV 프로그램에는 필히 '갈등 유발자'가 있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된다. 여행 예능의 귀재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사실은 '갈등 유발자'의 존재 설정이었다. 그는 분명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백일섭, '꽃보다 누나'에서는 윤여정, 그리고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는 윤상이 ..
여행의 진짜 재미는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우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물을 관람하고 세비야 성당을 방문하고 콜럼버스의 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추억은 엉터리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속아 스페인의 골목 골목을 누비던 일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좌회전과 우회전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내비게이션의 낭랑한(or 뻔뻔한) 목소리는 점점 멘붕 상태가 되어가는 이서진의 표정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폭소를 선사했다. 이순재 할배가 혼자 길 찾느라 고생할 때는 몹시 걱정되고 속이 상했는데, 젊은 이서진의 생고생은 아주 맘 편히 감상할만한 꿀재미였다. 스페인의 전통 예술 플라멩코는 매우 열정적인 공연이었다. 집시들의 한이 담겨있는 춤과 노래와 기타연주라는데, 나의 개인적 취향에는 ..
3월 7일에 방송된 '꽃보다 할배-스페인' 제1편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독해진 나영석 PD 때문에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의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건... 나로서는 참 놀랍기 그지없는 시청자 반응이다. 물론 나도 '1박2일-시즌1'을 시청할 때는 제작진과의 기싸움(또는 게임)에서 패배한 멤버들이 지독히 골탕을 먹거나 생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1박2일' 멤버들은 모두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었으니 하루쯤 쫄쫄 굶는다 해서, 한겨울에 텐트치고 야외취침쯤 한다 해서 크게 걱정할 일도 없었다. 특히 비빔밥 한 숟가락 얻어 먹겠다고 혈안이 되어 좌충우돌하던 강호동의 모습은 달콤한 꿀재미였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꽃보다 할배'를 시청하면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H4 어르신들이 객지에서 ..
'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탄력받아 그 어떤 예능보다도 큰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동유럽 크로아티아에 이르는 여정인데, 첫 방송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 좌충우돌 헤매는 장면들로 꽉 채워졌다. 드디어 여행을 좀 시작하나 싶더니만 곧바로 끝나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누나' 1회는 기대치를 윗도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였다. 단연 최고의 포인트는 누나들을 모시고 '짐꾼'으로 출발했으나 얼마 못 가 '짐'으로 전락해 버린 이승기의 멘붕이었다. 물론 할배들을 모시고 다녔던 이서진도 초반에는 적잖이 헤매고 힘들어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43세의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이서진..
아무리 이 시대의 핫한 예능이라 해도, 아무리 인기 폭발이라 해도 나는 할 말을 해야겠다. 솔직히 나는 처음부터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작진은 그 부분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고 인식했는지 전혀 고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나영석 PD는 아직도 '1박2일' 시절의 생고생 프로젝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평균연령 76세의 어르신들이라는 사실보다도, 이 출연자들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려는 욕망이 앞설 뿐, 그들을 편안히 모시려는 생각은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작진의 생각이 맞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그들도 이 여행의 컨셉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면서 승낙했을 테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꽃할배들..
한 때 명실상부한 국민예능이었던 '1박2일', 그 전성기를 이끌었던 나영석 PD가 tvN에서 제작한 '꽃보다 할배'에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라는 4명 꽃할배의 이름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벅찬데, 43세의 품격있는 청년(?) 이서진이 짐꾼으로 전격 합류하면서, 케이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그 화제성은 공중파의 모든 예능을 가뿐히 뛰어넘었죠. 평균 연령 76세에 달하는 노년의 배우들을 주인공 삼아 만들어진 유럽 여행 버라이어티라니, 발상부터가 퍽이나 신선하여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들의 첫번째 배낭여행지는 프랑스 파리였군요. 폭발적인 화제성에 비해 1~2회를 시청한 저의 소감은 뭐 그냥 그렇다는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에 있었는데요. 파리는 불과..
2005년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의 6가지 에피소드 중 엔딩을 장식하는 11~12회의 소제목은 '행복'입니다. 인정옥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적나라한 대사들이 정말 일품이죠. 다른 에피들도 거의 그렇지만 특히 제6화는 독립된 단편의 느낌이 강해서 애초부터 2회로 만들어진 단막극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5명 작가들에 의해 구축되어 온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모두 생생히 살아 숨쉬며 비로소 완성에 이른 듯한 느낌도 받게 됩니다. 아무리 봐도 명작 중의 명작이에요. '떨리는 가슴'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제6화-행복'을 저는 대략 5~6번쯤 반복해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꽃이라도 달고 가지..." 중얼거리며 흐느껴 우는 배종옥의 모습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면 저도 모르게 먹먹해지는 가슴을 억누..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느닷없는 충격으로,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오작교 형제들'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막장스런 내용들이 많았고, 지금도 몇몇 설정에 있어서는 그 막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높이 평가하지도 않고 늘 대충 보면서 딴짓이나 하곤 했었는데, 무심히 보다가 갑작스레 흐르는 눈물은 저 자신을 무척이나 당황시켰습니다. 한 여자아이의 사랑이, 밀고 당기기 따위는 할 줄도 모르는, 어린애처럼 순수한, 사랑 오직 그 하나밖에 모르는 듯한, 안하무인 철딱서니 공주님을 어느 새 희생적인 천사로 변화시켜 버린 그 사랑이, 정말 대책없는 그 사랑이 저를 울려 버렸습니다. 솔직히 백자은(유이)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호감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닙니다. 아빠는 실종되..
원래 KBS 주말연속극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최근 사소한 계기가 있어 '오작교 형제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초반에 흘러나온 스포일러를 들어 보니, 막장도 이런 저질 막장이 없겠다 싶어서 절대 안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시청한 느낌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가족드라마의 탈을 쓴 최악의 막장드라마일 수도 있고, 외로운 아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겠더군요. 저는 후자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정의감에 넘치고 융통성 없는 열혈 형사 황태희(주원)와 철부지 된장 소공녀 백자은(유이)의 사랑 이야기로 말입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서 공중파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