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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보기드문 대박 시청률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을 훌륭히 연기해내며 데뷔 15년만에 각광받는 '스타'로 떠오른 여배우 이유리가 '힐링캠프'에 출연을 했다. 그 동안 무척이나 성실한 연기 활동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왔지만, 수많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어도 특별히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던 그녀였다. 2004년 '부모님 전상서'를 시작으로 김수현 사단의 최연소(?) 멤버가 된 이유리는 그 후 '사랑과 야망'(2006), '엄마가 뿔났다'(2008)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는데, 당시 이유리에게 주어진 배역은 '착한 막내딸' 또는 '착한 며느리'였는데, 이유리에게 매우 잘 어울렸고 연기도 잘 해냈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주목받기는 어려운 캐릭터들이었다. 한없이 순하던 이유리의 연기가..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황정민은 참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 역할과 자신을 놀라운 비율로 완전히 일치시키니 그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겠지요.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남자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제 머릿속에는 김명민과 황정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김명민은 얼굴에서부터 좀 연예인 포스가 풍기는 반면 황정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느낌이라,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현실감 면에서 더욱 그의 연기가 피부에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의 개봉을 앞두고 진구, 김상호와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명품 조연으로 뒤늦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호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현주의..
요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착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억척스럽고 솔직하고 다혈질이고 약간 경솔하고 약간 덤벙대고 약간 과격하고 약간 뻔뻔하고 등등...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현주,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 '동안미녀'의 장나라,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로맨스타운'은 아직 방송을 못 봤지만 성유리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이런 성격의 여자가 그토록 매력적인가요? 개인적으로 좌충우돌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저는 완전히 질리는군요. 이런 성격의 여주인공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닥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요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송승준(김석훈)과 한정원(김현주)의 멜로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껏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송승준의 캐릭터가 갑자기 너무나 멋있어졌군요. 나름 속이 깊은 남자이긴 하나 성격이 너무 까칠하고 피곤한 스타일이어서 맘에 안 들었는데, 일단 한 여자를 향해 어렵게 마음을 열고 나니 그 누구보다 믿음직한 그녀만의 남자로 변신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란 그리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고, 굳건히 믿을만한 사람이 많지도 않은 것이 슬픈 현실인데, 송승준 같은 남자라면 마음 푹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지도 오래 되었고 다짜고짜 먼저 다가와 키스까지 했으면서, 송승준 이 남자는 앞으로 어찌할 것인지 가..
'반짝반짝 빛나는' 17회에서 한정원(김현주)의 변신이 예고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눈에 비친 한정원의 캐릭터는 결코 호감형이라 할 수 없었는데, 드디어 그녀가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인정하면서 뭔가 커다란 반전을 일으킬 것 같더군요. 부모의 친딸인 황금란(이유리)을 집에 들이지 말라고 엄마에게 억지부리며 떼쓰던 그 철딱서니가, 어쩌면 이제 스스로 일어나 늪지대처럼 어둡고 막막한 친부모의 집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그 누구도 한정원에게 친부모의 집으로 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28년간 함께 살아 온 부모도 엄연히 진짜 부모가 맞거든요. 친딸이 나타났다고 해도 한지웅(장용)과 진나희(박정수)는 절대 한정원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재산'..
'반짝반짝 빛나는'은 흔한 출생의 비밀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소 식상한 설정이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나름대로 신선한 재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불과 11회만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두 여인의 기막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13회에는 드디어 양쪽 집안의 엄마들이 만나 두 딸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완전히 속전속결입니다. 현재 가장 몰입도가 높은 인물은 황금란(이유리)입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시청자들이 황금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녀의 편에 서 있습니다. 부와 지성을 겸비한 부모의 외동딸로 귀하게 태어났으나 병원측의 실수로 가난한 집 둘째딸과 뒤바뀌어 29살이 되도록 견디어 온 그녀의 삶은 너무나 힘겨운 것이었기에, 이제 ..
대한민국에서 시트콤의 일인자를 꼽으라면 95% 이상의 사람들은 김병욱 PD를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순풍 산부인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똑바로 살아라' → '거침없이 하이킥' → '지붕뚫고 하이킥' 순으로 이어져 온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해 왔지요. 김병욱 PD 시트콤의 특징은 드라마보다 더 정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로 개연성을 확보하고, 주연부터 단역까지 각각의 캐릭터에 모두 매력적인 개성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기본 구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시청할수록 초반보다 몰입도가 더욱 강해지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절대 허무맹랑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입니다. 인..
'글로리아'의 후속작으로 MBC의 새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아무 연관이 없더군요. 가난한 집 아가씨가 부잣집 아가씨를 보면서 "나와 동갑이고 생일도 같은데, 나하고는 너무 달라. 그 여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 라고 말하는 대사가 2회 예고편에 등장했는데, 바로 그 대사가 이 드라마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뒤바뀌었고, 나중에 성장해서야 그 사실이 밝혀진다는 기본적 내용은 역시 식상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오래 전부터 '생인손', '사모곡', '만강' 등의 사극에서 애용되었고, 현대극 중에서도 '가을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