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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영화배우 유오성이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단독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평소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오랫동안 볼 수 없어서 이따금씩 궁금했었지요. 알고 보니 수많은 사건에 휘말리고 소문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더군요. 전혀 몰랐던 일들인데...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차분히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차로 안타까움이 깊어져 갔습니다. 영화 '친구'로 대박을 치던 2001년 무렵이 그의 배우 인생에 황금기였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예상치 못한 흥행에 오히려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자기가 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 감당할 수 없이 벅차게 느껴져서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겸손한 척 하려고 꾸며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게 전해져 왔습니다. 왠지 어깨에 잔..
자고로 영웅담의 주인공이란 꼬맹이 시절부터 그 기개가 남다른 법이다. 무예는 좀 늦게 배우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영웅의 조건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품이다. 보통의 영웅들은 어릴 적부터 정의감이 투철하여 약자를 지켜주고 강자에게 맞서는 진정한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보인다. 영웅은 또한 인내심이 강하여 고된 수련을 기꺼이 참고 견디며, 은혜와 원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기본이요, 목숨을 버릴지언정 꼿꼿이 지키려 하는 자존심은 옵션이다.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은 영웅일까 아닐까?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백동수의 인물 소개는 다음과 같다. "팔다리가 뒤틀려 태어난 판자촌의 외톨이에서 정조대왕의 호위 무관으로 동양 3국의 무예를 총망라한 무예서 '무예도보통..
'강심장'에서 영화배우 독고영재가 들려 준 70년대의 영화 촬영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일도 좋고 예술도 좋지만 우선은 사람이 살고 봐야 할 일인데, 무슨 영화를 찍자고 젊은 배우들의 생목숨을 담보로 잡았던 셈이니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어쩌면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물질적 환경이 열악했을 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가치기준도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 무렵의 시대상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79년, 신인배우 독고영재 주연으로 '전우가 남긴 한 마디'라는 전쟁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자체보다 더 영화같은 독고영재의 파란만장한 촬영 이야기는 모두 이 영화로부터 비롯되었지요. 물적,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당시의 환경으로는 영화를 위해 특별히..
문근영과 장근석의 출연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결국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쓸쓸한 종영을 앞두었습니다. 역시 결정적 원인은 '대본의 부재(不在)'라고 해야겠군요. 중간에 작가를 교체하는 진통까지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남이 시작한 작업을 중간에 이어받아서 훌륭한 작품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예술 분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잘 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므로 후반에 집필을 맡은 고봉황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될 것 같고, 굳이 탓한다면 초반의 인은아 작가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감독과 의견 일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