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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깊은 애정과 희망을 담아 이 블로그를 개설한 후, 매해 첫날과 마지막날은 꼭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때로는 그것도 지키기가 쉽지 않다. TV 스타 영화 중심의 연예 블로그이니 그쪽 방면의 글을 써야 하는데, 요즘은 당최 쓰고 싶은 소재를 발견하기도 어렵거니와, 기껏 발견했어도 다른 이유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되곤 한다. 굳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오해받는 건 정말 싫으니까... 오해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글에서조차 내 기를 콱콱 막히도록 오해하는 반응이 드러나곤 하는데, 시작 전부터 오해받을 게 뻔하다 싶은 글은 아예 쓸 수가 없다. 그래, 많이 익숙해졌다 싶어도 여전히 나는 새가슴이다. 평범 이상으로 까칠하고 단호해 보일 때가 적지 않겠으나, 그건 사실 겁많고 예..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듯 싶다. '너목들' 첫방송 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첫방송을 시청한 후 최근 거의 1년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 때문에 차후 2개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설렘... 아무래도 '너목들'은 박혜련 작가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너목들'의 남주인공 '박수하' 역을 멋지게 소화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석까지 다시 만나게 되니 더욱 정겹고 반가울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에게는 타인의 눈빛만 보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
'사남일녀'라는 프로그램은 어찌 된 셈인지 초반부터 제목과 어긋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1~4회까지는 명실상부 '4남1녀'였으나 게스트가 초대된 5회 이후부터는 '4남2녀' 또는 '5남1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었다면 제목을 '사남일녀'라고 지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니었을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신뢰를 잃었다.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기존 멤버들의 캐릭터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서 간헐적으로 게스트를 활용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시청률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쳐서 마음이 급했던지 너무 일찍부터 게스트 카드를 꺼내는 바람에 정체성을 포기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막내동생' 컨셉의 젊은 게스트가 매..
내가 2013년 한 해 동안 혼이 쏙 빠지게 몰입하며 보았던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2편이었다. '너목들'에서는 남주인공 박수하(이종석)의 매력에 홀려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나인'에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의 결과를 궁금해하느라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곤 했다. 어느 덧 '나인'이 방송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는 작품이 없다. 원래는 '신의 선물'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구성이 너무 복잡 산만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추리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딸 샛별이(김유빈)를 향한 김수현(이보영)의 뜨거운 모성은 정신없는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느낌이..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자기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심리일 것입니다. 그러니 변명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인간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겠죠. 타인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도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힘든 상황에서 더욱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대방의 입장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니까요. 누군가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겸허한 마음과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것으로서 매우 고상한 인격을 드러내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변명'이 적정선을 넘어 '자기합리화'의 수준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변명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합리화는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두 가..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예상치 못한 중독 증세에 빠지지 않았다면, 필시 '너목들' 15회 리뷰의 주인공은 서도연(이다희)이 되었겠죠. 차마 인정하기 싫고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실... 애써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을 부인하고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만을 인정하려 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생부의 애틋한 눈빛에 서도연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고통에 못 이겨 홀로 울부짖다가, 어느 새 다가온 장혜성(이보영)을 올려다 보며 서도연은 이렇게 말했죠.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 좀 구해줘. 제발..." 다른 사람도 아닌 장혜성 앞에서는 절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을 서도연이,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간절히..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