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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무래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명작이 연달아 나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작품성과 대중적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전작 '너목들'의 기세를 어떻게든 이어가 보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엿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피노키오'는 전작에 비해 많이 부족한 퀄리티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나는 그 일차적 원인을 '진실과 정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나 역시 진실과 정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 없을 만큼 절대적인 덕목이라 여겨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과 정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이 드라마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거짓말을 못하는' (정확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병 '피노키오 증후군'이 예상했던 것만큼 매력..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듯 싶다. '너목들' 첫방송 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첫방송을 시청한 후 최근 거의 1년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 때문에 차후 2개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설렘... 아무래도 '너목들'은 박혜련 작가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너목들'의 남주인공 '박수하' 역을 멋지게 소화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석까지 다시 만나게 되니 더욱 정겹고 반가울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에게는 타인의 눈빛만 보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
'닥터 이방인' 리뷰는 처음 쓰는 것이지만 굳이 지난 줄거리를 요약할 생각은 없다. 내용이 워낙 복잡다단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며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요약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껏 욕심을 부려 스케일을 크게 잡았지만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닥터 이방인' 리뷰를 읽는 독자들이라면 대충의 스토리는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려 한다. 주인공은 박훈(이종석)인데, 나는 자꾸만 한재준(박해진)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 내가 절대로 탤런트 박해진의 개인적 팬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꽂힌다. '별그대'에서도 나는 도민준(김수현)보다 이휘경(박해진) 캐릭터에 더욱 공감이 갔었다..
내가 2013년 한 해 동안 혼이 쏙 빠지게 몰입하며 보았던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2편이었다. '너목들'에서는 남주인공 박수하(이종석)의 매력에 홀려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나인'에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의 결과를 궁금해하느라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곤 했다. 어느 덧 '나인'이 방송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는 작품이 없다. 원래는 '신의 선물'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구성이 너무 복잡 산만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추리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딸 샛별이(김유빈)를 향한 김수현(이보영)의 뜨거운 모성은 정신없는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느낌이..
자폐증을 앓는 주인공이 좋은 의사가 되는 이야기 '굿 닥터'는 참으로 따스한 드라마입니다. 순수를 찾기 힘들어진 사회 속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과 그 순수의 힘으로 생명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 주제와 의도를 알면서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 드라마 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마찬가지로 이상향을 그리는 동화쯤으로 생각하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첫 회부터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너목들'은 초능력이라는 판타지를 내세움으로써 동화적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설정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자폐증이라는 현실적 질환을 내세운 '굿 닥터'는 훨씬 강한 리얼리티로 다가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요소가 발견되면..
비록 관객수에서는 봉준호 송강호 콤비의 '설국열차'에 뒤지고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의 선전에는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 김병우의 입봉작이라는 것과 35억이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곳곳에 헛점이 약간 드러난다 해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박수쳐 주고픈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칭찬하고 싶었던 핵심은 좀처럼 선악을 구분하기 힘든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관객의 공감을 효과적으로 불러 일으킴으로써 주제 전달에 성공했다는 점이었죠. 그런 점에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보다도 한 수 위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테러범과 민준국(정웅인)이 닮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요. 자기에게 피해를 입힌..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예상치 못한 중독 증세에 빠지지 않았다면, 필시 '너목들' 15회 리뷰의 주인공은 서도연(이다희)이 되었겠죠. 차마 인정하기 싫고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실... 애써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을 부인하고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만을 인정하려 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생부의 애틋한 눈빛에 서도연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고통에 못 이겨 홀로 울부짖다가, 어느 새 다가온 장혜성(이보영)을 올려다 보며 서도연은 이렇게 말했죠.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 좀 구해줘. 제발..." 다른 사람도 아닌 장혜성 앞에서는 절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을 서도연이,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