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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잘 키운 딸 하나'를 띄엄띄엄 시청하면서 전체적으로 매우 황당무계하고 유치하지만 그래도 높이 살만한 덕목 두 가지쯤은 갖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첫째는 스스로 여자임을 핑계대지 않고 당당히 자기 능력으로 남자들과 동등하게 일하며 경쟁하는 여자가 얼마나 멋진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변했다며 입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신데렐라의 꿈을 꾸는 여성이 적지 않고, 심지어 '청담동 앨리스'처럼 그런 여자들의 꿈을 정당화시키려는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껏 드라마 속 여자들은 능력이 있어도 남자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자기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도, 꿈을 이룰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잘 키운 딸 하나'의 여주인공 장하나..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기본 설정 자체가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에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가업을 잇기 위해서 꼭 아들을 낳아야만 하는 집안이라니 그 발상부터가 믿기 어려울 만큼 고루하고 어리석은데, 이 드라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남장여자라는 주인공의 정체성 또한 그 한심스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잘 키운 딸 하나' 라니 제목은 또 왜 그리 촌스러운지! 지나치게 높은 출산율이 사회 문제가 되었던 1970년대에는 산아제한을 권장하는 표어가 유행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지라 표어의 내용도 모두 그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처음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였다가, 여전히 인구조절이 잘 되지 않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