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꽃신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이, 노비양반, 망설일 것 없어.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가. 이 모든 일은 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미안하다는 쓸데없는 생각 따윈 하지도 말고, 자네는 그냥 잘 살면 되는 거야. 노비양반, 처음엔 나도 몰랐어. 내가 왜 그렇게 언년이를 찾아다녔는지를 말야. 하지만 그애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알겠더라구. 눈에 안 보이니까 더 걱정되고, 하루하루 걱정이 쌓여 가면서 내가 미친놈이 되었던 거야. 하지만 노비양반,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단지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였어. 그것 뿐이야. 그애 오라비도 죽어가면서 나에게 당부하더라구. 우리 언년이 평안히 살게 해달라고 말이야. 이제 내가 자네한테 하는 말, 오라비의 당부라 생각하고 잘 들어. 난 차마 언년이한테 말할 수가 없었어. 너의 유일한 핏줄인 오..
도련님, 지금 계신 곳은 제가 있는 이곳보다 더 춥겠지요? 냉기 가득한 그 곳에서 저를 미워하고 계신가요? 그 어떤 모진 말로 저를 탓하시더라도, 당신의 목소리를 한 번만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언년이의 소원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집안에서 정하신 좋은 혼처도 마다하시고, 부엌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저에게 다가와 붉은 꽃신을 신겨 주시며 하시던 말씀이... "나는 평생 살거다. 너랑 같이" ...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한데, 어느덧 무심한 세월은 10년을 넘겼습니다. 뜨거운 입술의 감촉도 생생한데, 이제 도련님의 시신은 흔적조차 없겠군요. 제 오라비가 불을 놓아 집을 태우고 사람들을 죽일 때, 오라비는 저를 살리려 한다 하였지만 사실은 저를 죽인 것이었습니다. 도련님이 그 불길 속에서 숨을 거두시는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