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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전개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윤태준 회장(김병기)이 하필 윤양하(캐릭터 본명 장동우, 배우 임시완)를 입양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입양을 하기 전에는 아기의 친부모와 기타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데, 큰 기업의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충 아무 녀석이나 데려다가 입양을 했을까? 갓난아기 장동우가 바로 죽은 장정국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을 윤태준은 정말 몰랐을까? 고복태(김병옥)를 시켜 장정국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윤태준이었다. 혹시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인 줄 알면서도 입양한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한 가지 의문은 윤태준에게 친자식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무릇 재벌 회장들은 적자와 서자를 아울러 수십명의 자녀를 두는 ..
장동수(이범수)의 출생연도가 1977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2014년 현재 38세이다. 태백의 광부였던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죽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고아원에 맡겨졌던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맏형 장동수의 나이는 12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2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강을 건너,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삼형제의 운명이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이제 '트라이앵글'의 시청자들은 얄궂어도 더 이상 얄궂을 수 없는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비극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 원점은 예상보다 빨리 드러났다. 5회에 강렬한 포스를 풍기며 등장한 고복태(김병옥) 덕분이다. (그나저나 중견배우 김병옥씨, '너목들'의 황달중 이후로 너무 잘 나가신다. 악역이란 악역은 거의 다 휩..
담사리(전노민)의 공개처형과 관련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정작 담사리 본인은 각시탈 이강토(주원)을 비롯해 수많은 동지들의 비호를 받으며 무사히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가짜 각시탈로 분장했던 독립군 장동지는 몸에 폭약을 묶은 채 장렬히 산화했고,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총에 맞아 체포되었던 적파(반민정) 역시 고문 끝에 혀를 깨물고 자결하였습니다. 서커스단의 여장부였던 오동년(이경실)은 현장에서 슌지의 총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지요. 극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조선인은 물론이고 일본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각시탈이 사용하는 무기(쇠퉁소, 깃대 등)는 웬만해서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장동지의 다이너마이트 폭발 당시에는 근처에 있던 일본 순사..
너무 강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김경탁(김재중)의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서출이라는 태생적 설움은 일찌기 짐작하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 슬픔을 디딤돌 삼아 절치부심하고 독하게 노력하여 나중에는 이복형 대균(김명수)의 뺨을 치는 야심가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었죠.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그의 눈빛은 왠지, 작고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순한 남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 보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영래(박민영)를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도 처음부터 순도 100%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녀를 사랑하는 진심이 70~80% 가량은 되겠지만, 나머지20~30% 쯤은 집착과 소유욕 등의 감정도 섞여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김경탁은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
1. 어머니의 작별 인사 '닥터 진' 11회에는 유독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았습니다.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와 흥선군(이범수)은 좌의정 김병희(김응수)의 계략에 빠져 대왕대비(정혜선)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는데, 죄목은 너무 큰 데다가 누명을 벗을 길은 막막하니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요. 영래의 어머니(김혜옥)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딸자식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고자 옥리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하여 간신히 옥사 안으로 들어오는데, 모진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영래를 마주하자 회한의 눈물을 금치 못합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해줄 걸 그랬구나!" 고분고분히 말을 듣고 평범한 여인으로 살았더라면 이토록 험한 운명에 처..
'닥터 진' 7회의 중심부에서 극을 이끌어간 캐릭터는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흥선군 이하응(이범수)이나 종사관 김경탁(김재중)도 아니었습니다. 이름없는 풀꽃의 은은한 향기와 초록빛을 지녔던 여인... 고달픈 삶 속에서도 고이 간직해 왔던,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진 여인... 기녀 계향(윤주희)이 바로 7회의 주인공이었지요. 드라마 전체를 볼 때 그녀가 등장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나, 짧은 동안에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불태우고 떠난 인물이 아닐까 싶군요. 계향의 캐릭터가 더욱 의미있는 까닭은, 그 인물 자체가 철저한 '약자'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이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사실은 서민보다도 못한 처지의 최하층민이죠. 노류..
아주 오래 전부터 하늘은 내 편이 아니었노라고... 그녀가 하늘의 도리를 들어 나를 꾸짖을 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순간 할 말을 잃은 그녀는 글썽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데, 볼썽사나운 눈물을 들키기 싫었던 나는 그녀를 외면한 채 황급히 말에 올라 도망쳐 버렸구나.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그녀에게 또 다시 희망을 품었던 거다. 혹시 그녀가 어린 시절처럼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만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더 이상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전처럼 따스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서출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어린 시절, 오라비 영휘보다도 먼저 내게 다가와 당돌한 눈빛으로 말을 ..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