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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윤지호(정소민)와 남세희(이민기)의 관계는 철저한 남남으로서의 계약 관계였다. 세입자와 집주인으로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서로의 이익을 계산해서 성립된 상호협의하의 비밀 결혼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짧은 생각에는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이렇게 완전한 남남으로서, 객체로서의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사랑의 이유가 되었다. 임신한 여자친구들 데리고 들이닥친 남동생 때문에 당장 갈 곳이 없어진 윤지호에게는 편히 한 몸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하우스푸어인 남세희에게는 다달이 월세를 납부하면서 고양이와 집 관리도 해줄 수 있는 깔끔하고 성실한 세입자가 필요했다. 이렇게 윤지호와 남세희는 서로가 생활의 필요충분조건을 채워주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필요충..
현고운 작가의 원작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 (이하 '빛미') 라는 제목이 고려 제4대 임금 광종에게서 비롯된 것임은 알고 있다. 현재 '빛미'에서 장혁이 열연하고 있는 남주인공 캐릭터 '왕소'가 바로 훗날의 광종이다. 광종은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 시행 및 관복 제정 등 여러가지 빛나는 업적을 세웠으나, 재위 중반부터 시작된 공신과 왕실에 대한 피의 숙청으로 인해 성군(聖君)보다는 오히려 광기(狂氣)의 왕이라 평가되곤 한다. 960년부터 975년 광종이 죽기 직전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이어진 피의 숙청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고 아들이 아비를 참소하는 등 온갖 참소와 무고가 난무했으며, 감옥은 턱없이 모자라고 죄없이 살육당하는 자가 꼬리를 물었다. 숙청의 손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