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억의 습작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경실이라는 연예인이 매우 정이 많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때때로 공적인 자리에서 지나치게 남의 일을 언급하며 감싸려는 모습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좋지 않은 일로 방송을 쉬고 있는 동료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야 당연하다 하겠지만,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민감한 이슈를 먼저 들고 나와서 일방적인 입장을 토로하며, 모든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경실의 그러한 행동이 시청자를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작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당사자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제대로 판을 벌여서 조목조목 시시비비를 따지고 모든 의혹을 규명한 후, 따라서 그 사람은 잘못이 없고 조..
기본적으로 영화는 남주인공 이승민(엄태웅)의 감정선을 따라 진행됩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긴 여운을 되짚어 볼수록 이 영화의 초점은 오히려 객체로 표현된 여주인공 양서연(한가인)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느 분의 칼럼을 읽으니 남자의 기억 속에 첫사랑이 '여신'이면서 동시에 '쌍년'이기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의식적인 자기보호막 때문이라더군요. 아직 어렸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미숙했던 시절, 세월이 흐른 후 돌이켜 보면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만큼 못나고 찌질했던 시절의 자신을 차마 그대로 인정할 수 없기에,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책임은 온통 그 '쌍년'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고 말이죠. 어쩌면 영화 속 이승민은 남자들의 그러한 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