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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나에게 있어 '열혈사제'는 마음 편히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현재 6회까지 (중간 광고로 반토막씩 나누지 않는다면 3회까지) 시청하는 동안 나는 마치 우리 집 내부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처럼 불안했고, 그 안에서 언뜻 언뜻 비치는 왜곡된 모습들에 불편했으며, 어쩌면 우리 집 가장(아버지)처럼 느껴지던 이영준(정동환) 신부님이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더러운 누명까지 쓰게 되었을 때는 뻔히 픽션인 줄을 알면서도 슬픔과 분노에 손이 떨리고 가슴이 싸늘해질 정도였다. 나는 작품 속 이영준 신부님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주던 신부님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가톨릭 신앙 생활을 해 왔어도 그런 분을 만나 뵙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운 좋게도 무려..
관람하러 들어갈 때만 해도 은근히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자이긴 하지만 그리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다가, 공포영화 등에는 거의 무감각할 정도로 센 편입니다. 어차피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거니까요. 충격적일 만큼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소문을 벌써 귀에 못박히도록 듣고 갔지만, 속으로는 "잔인해봐야 그냥 영화지, 뭐"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역시 겪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예측하면 안 돼요. 생각지도 않은 충격이 처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정원 요원인 김수현(이병헌)의 약혼녀 장주연은 눈 덮인 한적한 지방도로를 혼자서 차를 몰고 달리다가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발이 묶이게 됩니다. 견인차를 불러 놓고 기다리는 동안, 김수현과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