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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홍자매의 신작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그 독특한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끌리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제주도 개츠비'라는 제목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은 '기분좋게 따뜻한' 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맨도롱 또똣'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기분좋게 따뜻한... 어쩐지 그 제목만으로도 어떤 느낌의 드라마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벌써 몇 주 전부터 이 작품을 기다려 온 이유는 나도 좀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였다. 꽃 피는 춘삼월 이 좋은 시절에 (양력으로는 요즘이 5월이지만 음력으로는 3월이다) 어울리지 않게, 특별히 우울할 일도 없는데 수시로 서늘한 우울감에 빠지는 요즘은 나도 좀 '기분좋게 따뜻한' 느낌에 빠져보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내 취향은 원래 애틋하고 절절하고 우수어린 멜로 쪽이지만 요즘..
가수 바비킴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며 여승무원을 상대로 성희롱까지 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비킴을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바비킴 측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오히려 대한항공 측의 부당한 처사를 비난하는 쪽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이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옛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로서, 조현아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는 철저한 '을'이었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갑질'을 했다는 비난조차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바비킴은 유명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처했으니, 그보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훨씬 더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항변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바비킴은 자신..
'닥터 이방인' 리뷰는 처음 쓰는 것이지만 굳이 지난 줄거리를 요약할 생각은 없다. 내용이 워낙 복잡다단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며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요약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껏 욕심을 부려 스케일을 크게 잡았지만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닥터 이방인' 리뷰를 읽는 독자들이라면 대충의 스토리는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려 한다. 주인공은 박훈(이종석)인데, 나는 자꾸만 한재준(박해진)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 내가 절대로 탤런트 박해진의 개인적 팬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꽂힌다. '별그대'에서도 나는 도민준(김수현)보다 이휘경(박해진) 캐릭터에 더욱 공감이 갔었다..
드디어 설설희(서하준)의 일편단심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오로라(전소민)는 설설희의 병이 낫든 아니든 상관없이 평생 그의 아내로 살아갈 것을 서약하며 흰 옷을 입고 그의 곁에 섰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응답받지 못한 외사랑으로 오랫동안 힘겨워했던 설설희가 이제 오로라의 진실한 응답을 받아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의 병이 완치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무사히 천수를 누리게 된다면 가장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해도 가장 열렬한 소망을 이루었으니 여한은 없을 터이다. 이제 그들에게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외아들에게 닥친 병마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을 맛본 설국(임혁) 회장과 안나(김영란) 여사에게도 그보다 더한 위로는 없을 것이다. 결혼식의 축가를 부르는 사람은 록그룹 '부활..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한국 드라마에서는 결혼식의 배경으로 유난히 성당을 많이 찾는다. 주인공들이 천주교 신자이든 아니든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저 결혼식 장면이 필요할 때가 되면 아무 이유 없이, 필요한 절차도 모두 생략한 채 성당에서 아주 쉽게 결혼들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나는 굳이 성당을 배경으로 결혼식 장면을 찍어 내보내는 드라마 제작진의 선택이 매번 탐탁치 않았다. 반드시 성당이어야만 할 필요가 있다면 모르되, 일반 예식장을 배경으로 해도 나름대로 엄숙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생뚱맞은 성당 결혼식 장면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깊이 감동하는 순간이 왔다. 물론 '못..
오랫동안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에 비해 근본적 문제 해결은 허망하도록 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공씨 형제를 파멸시키고 싶어하는 듯했던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은 뜻밖에도 울며 불며 사죄하는 공준수(임주환)의 진심을 받아들였고,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동생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리려(...다가 말았지만)는 공준수의 희생 정신을 목격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완고한 노인의 피맺힌 원한이 삽시간에 풀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을 모두 외면하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죽음을 택하려던 공준수의 선택은 몹시 실망스러웠는데, 그 억지 설정이 노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구실로 사용되니 더욱 실망스러웠다. ..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내에서 나인숙(이일화)의 캐릭터는 꽤나 독특하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흔한 인물일지도 모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눈꼴이 실 정도로 열심히 튀는 중이다. 매사에 명철하면서도 너그러운 아버지 나상진(이순재) 회장, 수도승에 가까울 만큼 소탈하고 인내심 깊은 오빠 나일평(천호진) 사장, 부드럽고 순박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는 남편 신태일(김일우) 전무... 경제력으로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할 사람들이 인품까지 고결하니 나인숙의 가족들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무결점 캐릭터들이다. 그 와중에 나인숙 홀로 지독히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데다가 머리까지 나쁘고 참을성 없는 다혈질성격이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 같은 피를 나누어 받고 수십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가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다..
도대체 공준수(임주환)는 죽은 이경태의 아버지(안석환)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했었다. 사과나 변명도 아니라면서 그토록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가뜩이나 원한과 고집으로 가득찬 노인의 마음은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 하는데... 드디어 96회에서 그 말의 정체가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공준수는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을 보호하기 위해, 그 살인 사건의 진실을 영원히 꽁꽁 묻어두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릴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 마음의 본질 하나만 놓고 본다면 참으로 숭고하다. 타인을 위해 자기 목숨마저 아낌없이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을 완벽히 억누른 사랑의 고결함에 대해 왈..
감옥에 있는 동안 공준수(임주환)는 죽은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에게 3통의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경태의 부친은 그 편지들을 뜯지도 않고 반송시켰다. 그 어떤 변명도 사과도 듣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였다. 공준수는 이경태 부친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편지를 보냈지만, 상대가 거부함으로써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공준수는 출소 후 반드시 이경태 부친을 직접 찾아가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그토록 간절히 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변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살인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도 아니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들을 지키는 것이 공준수 일생 최대의 목표인데, 살인 사건의 진실은 남동생 공현석(최태준)과 긴밀히 얽혀 있기 때문에 공준수로서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
달콤한 사랑 이야기만 계속되던 '못난이 주의보'에 드디어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하긴 어느 덧 84회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시간 끌기를 멈추고 다시 본격적인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에 몰아칠 폭풍은 드라마 전체의 핵심 갈등을 다시 불러 일으키며 주인공들이 넘어서야 할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공준수(임주환)가 죽을 때까지 혼자 간직하려던 비밀... 사랑하는 나도희(강소라)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었던 비밀은 과연 이 거센 폭풍 속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전조가 심상치 않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 속에 불어오는 바람이 벌써부터 소름끼치도록 차갑다. 10년 전의 살인 사건,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실수였고 불운이었다. 혈기왕성한 10대 소년들이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