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5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황정음 캐릭터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은 시트콤인지라, 깜찍한 된장녀가 갑자기 현모양처형 천사로 확 둔갑해 버렸네요. 예전에는 지훈(최다니엘)의 개털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골탕먹이려고 그의 방에다가 개털 폭탄을 풀어놓던 무개념 민폐녀 황정음이, 이젠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의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확실히 애인일 때와 애인이 아닐 때는 무척 다르군요.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된장국을 끓여주는 정음의 모습은, 역시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그 동안에도 틈틈이 보였으니까요. 그 부분은 ..
세경 : 그 사람은 언제나 바쁘다. 오늘도 새벽같이 나가는 바람에 얼굴 한 번 못 봤다. 하지만 그가 숨쉬는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심장은 뛴다. 그가 내 곁을 스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에일 듯 아프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아픔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아픔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을 지금껏 몰랐었다. 준혁 : 오늘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녀가 알까? 그녀의 모습만 보면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그녀가 떠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장난치는 손가락에 코를 찔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
'지붕뚫고 하이킥'에는 왕자님이 존재합니다. 부잣집 외아들에 직업은 의사이고, 이십대 후반의 미혼에 키 크고,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훈남이고, 성격은 약간 시크하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남자입니다. 다름아닌 이순재옹의 아들 이지훈(최다니엘)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지훈이 그렇게 완벽한 캐릭터임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좀 둔한가봐요. 게다가 어제 '하이킥의 연인들' 특집방송을 보니까, 방송 초반에는 확실히 최다니엘과 이지훈의 싱크로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더군요. 어딘가 어색하고 동동 뜨는 느낌이랄까? 의사 가운도 지금처럼 잘 어울리지 않았고, 대사도 좀 어색했더랍니다. 게다가 최다니엘에게는 전작에서 남겨진 '미친 양언니'의 이미지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지훈이 그렇게 매..
2009년의 마지막 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허참 아저씨의 특별 출연으로 이벤트처럼 꾸며진 가족오락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는 화해와 화합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사마 정보석의 활약으로 '이구동성' 퀴즈에서 승기를 잡은 이순재 옹은 모처럼 사위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면서 예뻐해 주었고, 늘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던 현경(오현경)과 김자옥 여사도 같이 게임을 하다보니 저절로 웃으며 장난을 치게 되어 조금은 가까워진 듯 했고,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역시 게임을 통해 그 동안 쌓여 왔던 둘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묘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한쪽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을 하다가 준혁(윤시..
우리 아빠는요, 매일 밤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백설공주보다도, 오즈의 마법사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나는 깊은 산 속, 깊은 어둠 속에 누워서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가 스스르 잠이 들곤 했지요. 텔레비젼도 없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조금도 심심하지 않았어요. 아빠와 함께 있으면 나의 작은 세상은 온통 재미있는 일 투성이였거든요. 그 이야기들이 모이면 아빠는 나에게 동화책을 만들어 주셨어요. 아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끝이 없었고, 아빠가 만들어 준 동화책 속에서 나는 행복했는데... 이제 아빠는 내 곁에 없네요. 나는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서 해리의 동화책을 펼쳐 보았지만 그 속에도 아빠는 없었어요. 자기 물건에 손을 댔다고 또 나를 구박하는 해리..
그를 모 통신사 CF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인 줄 알았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넉살좋은 신입사원인 줄 알았습니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띠띠띠띠 띠리띠리~ 여보세요~ 넵! 부장님~~ 생각대로 어쩌구~ 대략 2년 전쯤인가? 아니, 2년도 채 못된 것 같군요. 하여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작년 5~6월경,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것을 보고서야 연예인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에 한창 앤디와 더불어 출연중이던 솔비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하트춤을 선보였었지요. "앤디 싫으면~ 나 만나면 되고~" 이런 식으로 되고송을 개사해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외로 풋풋한 모습에 ..
한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청할 때면, 오직 세경(신세경)에게만 너무도 가혹하게 흘러가는 세상 모든 일들 때문에 덩달아 아픈 가슴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전히 슬프고 외로운 그녀의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수수한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을 거니는 것처럼, 그 화려하지 않은 들꽃 향기가 점점 짙어져가는 것처럼, 세경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이지훈(최다니엘), 이 남자는 정음(황정음)의 앞에서는 장난기어린 미소를 보이지만, 세경의 앞에서는 지치고 힘든 모습을 자주 들킵니다. 지금 그의 곁에 있는 그녀, 정음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아픔을, 그의 뒤편에 조용히 선 채로 세경이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이 아니라,..
원래 오늘 쓰려고 했던 포스팅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뷰 베스트에 올라 있는 어느 분의 글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며, 누군가는 잘못된 가정교육의 산물이라는 감정섞인 표현도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읽으니, 또 문득 할 말이 떠오르더군요..^^ 황정음 캐릭터가 잘못된 가정교육의 산물이라는 표현은 제가 한 것입니다. (정음을 좋아하는 지훈이 안타까운 이유)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그 표현은 감정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하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그녀의 캐릭터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는 분들은 많이 계시지만, 그렇다고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과연 계실지는 모르겠군요. 누가 봐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가장..
아빠... 아빠의 바다는 오늘 어땠나요? 신애와 저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기도해요. 아빠가 계신 곳에 거친 바람이 불지 않게 해달라고, 그 바다에는 언제나 잔잔한 파도만 일게 해달라고 말이예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아빠께 보여 드리려고, 신애가 받아 온 시험지랑 성적표랑 모두 잘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 신애, 얼마나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지, 저는 그것들을 볼 때마다 기운이 새록새록 솟아나요. 아빠도 보시게 되면 분명히 좋아서 펄쩍펄쩍 뛰시게 될 거예요. 며칠 전에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길에서 우연히 뵙게 된 할머니를 도와 드렸는데, 뜻밖에도 그 할머니는 엄청난 부자이셨어요. 우리 사정을 듣고 딱하게 여기시더니, 제가 마음에 드신다면서 할머니의 집 일을 도와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