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2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 39회를 시청할 수가 있겠군요. 지난번에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을 포스팅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오늘은 또 한 번 '내맘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겨진 것이니 순위에는 너무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1. 미실 - 절대 카리스마, "저 미실입니다..." '선덕여왕'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저 외에도 무척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사실 훗날의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히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지요.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실의 아성을 위협하려면 솔직히 아직..
사실 지난번에 "문노가 제자 비담에게 주는 편지"를 작성했으니, 오늘은 "비담이 스승 문노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하여, 아버지같은 스승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비담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염종을 따라가는 비담의 약간 뒤집어진 눈빛을 보니 도대체 이 녀석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비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비담은 내력이 파란만장하고 상처가 많은 아이라는 점만은 확실하지만, 아직도 선악의 경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녀석이라 오직 다이내믹할 뿐 종잡을 수가 없어요. 캐릭터와의 감정 일치에 실패한 관계로, '선덕여왕' 37회 리뷰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리뷰로 진행됩니다. 편지 시리즈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
춘추야... 너는 알잖아... 알면서 그러는 거잖아. 그 어린 나이에 너는 혼자서 외국 생활을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찼을텐데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텐데 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 춘추야... 네 엄마는 어쩔 수 없었어. 엄마를 원망하면 안돼. 알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너를 걱정했던 엄마야. 너의 엄마 천명공주도... 너 못지 않게 외롭고 슬펐어. 춘추야... 알지? 네 속이 지금 어떨지... 나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프거든. 그래도 다행이야. 춘추... 너는 정말 똑똑한 아이이고 어려서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그 결과로 네가 누군지를 알고 있잖아. 얼마든지 꿈꿀 수 있고, 얼마든지 당당하잖아. 그게 얼마나 큰 특혜인지 너는 아직 모르..
'선덕여왕' 33회는 비담(김남길)을 위한 챕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보다 좀 빠르고 쉽게 비담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놈의 출생 때문에 몇달간을 부들부들 떨며 삽질하던 덕만공주(이요원)와는 달리 눈부신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거친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살포시 피어나는 멜로 라인들이 눈에 보이는데, 현재로 봐서는 양쪽 다 비극으로 치달을 듯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첫번째 멜로라인은, 유쾌하기는 하지만 몹시 생뚱맞은 죽방(이문식)의 소화(서영희)를 향한 연정(戀情)입니다. 죽방과 고도(류담)는 이미 소화와 더불어 좁아터진 헛간에 함께 갇힌 상태로 몇달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꾀죄죄한 몰골이긴 했지요..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을 볼 수 있겠네요. 그 생각을 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조차 왜 이리 지루할까요? 기다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극히 주관적 기준으로 매겨진 인기순위 캐릭터 열전이나 끄적거려 볼까 합니다. 제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남성 캐릭터 쪽에 훠얼씬 눈길이 가는지라 (-_-;;) 여성 캐릭터는 난중에 난중에 생각해 보기로 쭈욱 밀어놓고 우선 귀염둥이(?) 남성 캐릭터들 먼저 한 명씩 찰칵찰칵 떠올립니다. 1. 매혹(魅惑) 비담 (김남길) 대한민국 여성 중에서 현재 비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ㅋㅋ 저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아하고, 나 혼자서만 좋아하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독특한 성격이지만 유독 이 비담이라는 인물의 매혹은 거부..
"이건 말 그대로 그물이야, 그물... 어부가 고기를 잡듯이 화랑 낭도들이 신라의 그물이 되어서 백제 놈이고 고구려 놈이고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거지." 놀랍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두려워할만한 엄청난 대업(大業)이요, 당대의 내노라하는 두뇌들이 단체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미실이 장담하기를 그 누구도 맞히지 못할 거라 했던 그 문제의 답을 우리의 죽방 형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혀 버리시는군요. 신라(新羅)라는 국호의 세번째 뜻 말입니다.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 덕업일신(德業日新)에서 신(新)을 취하고, 망라사방(網羅四方)에서 라(羅)를 취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 하니(삼국사기) '새로운 그물'이라, 알고 나서 보니 매우 노골적인 국호로군요. 첫째 무력을 증진하고, 둘째 신흥세력을 키워서..
'선덕여왕' 30회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출중한 연기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기하던 김명민의 흡입력은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걷잡을 수 없이 빨아들이면서 가치관의 혼란까지 초래했다. 이번에 미실의 눈물을 보며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장준혁의 몸부림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그 마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혹자는 미실의 야망을 꿈이라고 말한다. 남들과는 좀 다른 꿈, 남들보다 더 큰 꿈을 가졌을 뿐이라고... 그런데 충분한 능력을 가졌고 평생을 노력해 왔음에도 불공평한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그녀는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불공평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미실이 ..
"왕이 될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쉽게 하는 거 아니다." 어쩐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비담은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 자유분방한 눈빛 속에 진지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다고 스승에게 말했었다. 그러나 반드시 연민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운명적으로 끌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와 생각하니 소화에게 안겨 피신해 온 아기 덕만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고사리 손으로 아기의 이마를 쓰다듬던 어린 비담의 모습부터가 그리 범상치는 않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그 순간 일식이 일어나면서, 덕만공주의 엄청난 존재감은 비담의 머리와 가슴을 온통 뒤덮고 말았다. 완전히 반해버린 거다. 타인의 놀라운 능력이나 매력을 보았..
'선덕여왕' 29회에서 첨성대의 건립 문제를 놓고 벌인 덕만과 미실의 불꽃튀는 설전은 섣불리 그 시시비비를 판가름할 수 없을 만큼 심오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실의 말대로 백성에게 있어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꽤 많은 경우에 진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니까. 그래서 어쩌면 백성들은 덕만이 주겠다는 '희망'보다는 미실이 주겠다는 '환상'을 더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환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편안하기만 하다면. 그럼에도 덕만공주가 반드시 왕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작가의 또 다른 사극 '서동요'를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았었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 '장'과 선덕여왕 '덕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왕의 혈육이면서도 왕실의 사정으로 버려져 자..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 -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서 * 종자기(鍾子期)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이었던 백아(伯牙)의 친구로서 백아의 음악 을 제대로 알아들을 줄 아는 유일한 지기였다. 종자기가 병들어 죽자 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이가 없음을 한탄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어제 '선덕여왕, 월천대사는 제갈량과 닮았다' 라는 포스트를 올리면서부터 나는 월천대사가 덕만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덕만은 과연 '월천대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내고 그에게 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히 여겼다. 선덕여왕 28회에서 얼핏 드러난 첨성대의 그림...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한 방법은 첨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