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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드라마 '대물'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습니다. 현실과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은 최고의 스릴을 선사했고, 평범하던 여성의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은 앞으로의 기대에 설레게 했습니다. 그러던 '대물'이 불과 3주만에 무너져가고 있군요. 저는 처음부터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한 위험을 지적했었지요. ('대물'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 그 위태로운 경계선을 삽시간에 허물어뜨린 힘이 내부에서 작용했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작용했는지는 모르나, 예상보다 그 때는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대물' 7회를 보면서 저는 계속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바뀐 후에는 계속 그랬지만, 이번에는 ..
'대물'은 여러모로 참 시끌시끌한 드라마입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출연을 강행하는 권상우 때문에 방송 전부터 말이 많더니만, 뚜껑이 열리고 난 후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현실에 가까운 설정들로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선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것은 결코 저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위험한걸!" 하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대물'은 총 26부작 중 겨우 4회까지 방송되고 나서 작가와 PD가 모두 교체되는 대파란을 겪었습니다. 저같이 눈치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는 분명하지만, 제작진 내에서의 의견 충돌 및 과다 업무 등의 문제로 그렇게 된 것일 뿐 외압은 없었노라고 그들 자신이 말하고 있으니, 추측만으로 단정짓고 뭐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개인적으로 중견배우 이재용의 연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정극 배우입니다만, 처음으로 그의 존재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작품은 놀랍게도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였지요. 작품 자체도 워낙 재미있었고 김영애, 이보희, 이원종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도 이재용의 독특한 캐릭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용은 그 시트콤을 계기로 '쟁반노래방'에도 2차례나 출연했었는데, 연기할 때 못지 않게 실제로도 만만치 않은 예능감을 지닌 것을 보고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출연작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해신', '주몽', '이산' 등의 사극에서 특히 그의 연기가 돋보이더군요. 최근 종영한 '동이..
연기자는 어디까지나 연기로 평가받으면 되는 것일 뿐, 사생활이나 기타 다른 부분과 연관시켜서 좋은 연기를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 공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것은 '공인'이라는 단어의 범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군요. 공인(公人)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자기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대다수 국민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 연예 활동을 '공적인 일'이 아니라 무조건 '사적인 일'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자신을 널리 알리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그들의 노래와 연..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우니,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리 접한 후, '대물'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약간의 멜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표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1회의 중요성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1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1회는 엔딩보다도 훨씬 중요하지요. '대물'은 그렇게 중요한 1회에서 멜로가 아닌 시사적인 면을 확연히 앞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이제 바야흐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KBS에서는 '제빵왕 김탁구'의 후속으로 '도망자'가 9월 2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고, SBS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후속으로 '대물'이 그보다 일주일 뒤인 10월 6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요. 한쪽에는 MBC의 '장난스런 키스'가 있지만, 현재 너무 낮은 시청률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가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여친구'가 끝난 후로는 본격적으로 '도망자'와 '대물'의 대결이 될 텐데, 어쩐지 이 새로운 드라마들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즐겁지 않습니다. 우선 '도망자'는 로맨틱 코믹 탐정 액션물로 비(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합니다. 소재도 약간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