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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군대 간 이승기를 대신해서 그의 포지션에 투입된 배우 안재현은 '신서유기2'가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궁금증과 우려의 중심이었다. 예능에서 완전 생초보임은 물론 배우로서도 아직 뚜렷한 이미지를 굳히지 못한 그는 모든 면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순백의 물음표였다. 첫인상은 약간 날카로운 말솜씨를 지녔지만 아무튼 순둥이, 뭐 그런 정도였다. 밤새 미션톡을 기다리며 잠을 안 자는 매우 독특한 면을 지녔으나, 기본적으로는 형님들을 잘 따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 드는 전형적인 예능 초보자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신서유기2-언리미티드' 제11화에서부터 안재현은 소름돋는 진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진화라기 보다는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돌+아이' 기질이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의 털 달린 동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극심한 알레르기로 인해 키울 수 없는 나에게, 각종 동물 관련 프로그램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SBS의 'TV동물농장' 뿐만 아니라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JTBC의 '마리와 나',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 등 각종 채널에서 방송되는 거의 모든 동물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나인데, 최근 '마리와 나'의 종영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호동, 서인국, 심형탁, 이재훈, 김진환, 김한빈 등 모든 출연자들이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위탁받은 동물들을 보살피는 모습이 정말 훈훈하고 보기 좋았는데 아무래도 시청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본 모양이었다. 한편 '개밥 주는 남자'는 주병진네 웰시코..
언제부턴지 주중 예능인 MBC '라디오스타'와 KBS '해피투게더'는 독특한 성향을 띠게 되었다.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과 재미로 승부하기보다는 이제껏 주목받지 못하던 중고신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냄으로써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는 식이다. 어쩌면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인 토크쇼 포맷을 꿋꿋이 고수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정형화된 토크쇼의 포맷 안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한다 해도 신선한 재미를 뽑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연자의 개인적 능력에 기대는 측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잘 알려진 톱스타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중고신인들에게서 의외의 반전 매력을 찾아내기가 더 쉬운 법이다. 최근 '해피투게더' 출연으로 검색어 1순위에 오르며 데뷔 10여년만에 가장 ..
'복면가왕'에 외국인 출연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 주부터 들려왔지만, 그 정체가 '쉬즈곤(she's gone)'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록그룹 '스틸하트(Steelheart)'의 메인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Miljenko Matijevic)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물론 평소 스틸하트의 음악을 자주 들었던 사람들은 예측했겠지만, 나처럼 팝송에 문외한이고 '쉬즈곤'이라는 노래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짐작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그의 정체를 알기 전에는 '복면가왕'에 외국인이 출연해서 쟁쟁한 국내 가수들을 꺾고 승승장구하는 현상 자체가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지극히 단순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번개맨'의 정체를 알고 나니, 세계적인..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한 양세형과 MC 규현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그 후폭풍으로 인터넷이 한창 시끄럽다. 먼저 개그맨 양세형의 주장을 보면 "1년쯤 전에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부탁을 받고 규현의 친구 결혼식에 사회를 봐주었다. 식이 끝난 후 사례금을 받기는 해야겠는데, 좀 모양 빠지는 것 같아서 그냥 차를 몰고 나오는 길에 ATM에서 돈을 뽑아들고 나오는 규현과 마주쳤다. 그런데 규현은 봉투도 없이 5만원짜리 4장 가량을 "이거 가져가세요" 하며 불쑥 내밀었고, 옆에는 규현의 친구까지 있었는데 그 돈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형이 어떻게 이 돈을 받겠냐, 나중에 술이나 사라!" 하고 헤어졌는데, 그 후로 1년이 지나도록 규현은 술 한 잔 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연락조차 없었다."는 ..
'냉장고를 부탁해'가 1년여 동안 방송되면서 수많은 게스트가 출연했지만, 요리 경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니세프('냉부' 용어로 경연 중인 셰프를 타인이 돕는 행위)를 자청한 게스트는 처음이었다. 최고의 셰프들로부터 훌륭한 요리를 대접받은 게스트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감사와 경의를 표했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요리 과정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스토랑에 손님으로 방문해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도울 수 없는 것처럼, 게스트는 원래 '대접받는 사람'일 뿐 요리의 조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채원의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배려심보다 먼저 드러난 것은 솔직함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체성은 '처치곤란 천..
연말이 되면 지상파의 모든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상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까지를 3개 방송사가 번갈아 치르다 보면 원래 방송되던 정규 프로그램들은 결방이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니 평소 시상식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시청자로서는 약간이나마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한껏 모양내고 나온 연예인들이 줄줄이 호명되어 앞으로 나가 상을 받고 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을 저마다 길게도 말하는 모습들을 2~3시간 가량이나 멀뚱히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TV를 켰을 때 시상식을 하고 있으면 DVD 채널로 바꿔서 영화를 시청하거나 아예 다른 활동을 하곤 했다. 시상식 결과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탤런트 이하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문득 호감을 갖게 된 프로그램은 '사남일녀'였다. 화려한 외모의 새침한 느낌과 달리 털털하고 따뜻하게 시골 어르신들을 잘 섬기는 그녀의 밝은 모습이 퍽이나 보기 좋았다. 하지만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보여준 이하늬의 모습은 나의 호감을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바꿔 놓고 말았다. 특히 '라디오스타'에서 이국주와 친하답시고 거침없이 내뱉는 이하늬의 말과 행동들은 큰 실망과 더불어 약간의 분노까지 치밀게 했다. 원래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속에서 골칫덩이가 되어가고 있는 처치곤란 식재료들을 최고의 셰프들에게 부탁해서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냉부' 출연을 위해 ..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에도 만재도의 세끼집은 따뜻했다. 참바다 유해진의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차줌마 차승원의 손끝에서 기적처럼 만들어지던 맛깔스런 음식들은 모진 추위에 웅크렸던 마음들을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절은 겨울이 아니지만 당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퍽퍽한 세상살이에 여전히 마음들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여름이다. 화사한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는 만재도의 바다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한가득 헤엄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지 차승원과 유해진이 도착하던 날은 격한 환영 인사처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다음 날부터는 언제..
'힐링캠프'에서 이경규와 성유리가 하차하고 김제동의 단독 MC 체제로 바뀌었을 때, 처음부터 기대는 커녕 호기심조차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톡투유' 때문이었다. 현재 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는 오프라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과감히 TV 안으로 옮겨 놓은 프로그램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대박 수준은 아니지만, TV에서는 이제껏 접할 수 없었던 새로움과 참신함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힐링캠프'가 느닷없이 김제동을 단독 MC로 내세워 500인의 청중을 모아놓고 토크를 진행한다니, 이건 아무리 차별성을 강조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두 차례 시청해 보았지만, 기대감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