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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십 수년간 헤어져 양육비는 커녕 연락조차 끊고 살았다 해서 무조건 '버렸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먹먹한 그리움과 아픔을 간직한 채 그 오랜 세월을 홀로 견디어 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토록 아프게 헤어지고 그리워하던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얼른 가서 보상금과 보험금의 절반을 받아 챙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 리는 만무하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퍽퍽한지는 몰라도,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비극이 닥쳐오면, 많은 경우 더러운 후폭풍이 불어온다. 부모의 사후에 유산을 놓고 싸움을 벌이다 의절하는 형제가 많다는 것 또한 더러운 후폭풍의 대표..
지난 25일에 방송된 SBS 스페셜 '비만의 역설 -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 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정상 체중이나 마른 체형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과체중이거나 약간 비만한 정도의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10개국 이상 29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망 위험률이 가장 낮은 유형은 과체중과 비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체중의 경우는 오히려 고도비만보다도 사망률이 더 높았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살찌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오래된 권고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였다. "수명에 관한 연구 결과, 예상과는 달리 약간 뚱뚱한 사람들의 수명이 가장 길고 의료비도 적게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리야마 신이치, 일본..
5월 13일,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 체험' 행사가 서울시 선관위에서 열렸다. 6.4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사전투표제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6월 4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은 5월 30일~31일 (오전 6시 ~ 오후6시) 전국 읍 면 동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별도의 신고는 필요치 않다. 사전투표제의 전국적 시행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 17명, 시·도지사17명, 구·시·군의 장 226명, 시·도의원 789명, 구·시·군의원 2,898명, 교육의원 5명 등 총 3,952명의 지역대표가 선출될 예정이다. 국민들의 편리한 투표 참여를 위해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었다. 신고 절차가 없을 뿐 아니라 과거 300여개에 불과..
세월호 침몰 5일째, 학수고대하는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속속들이 발견되는 죽음의 소식만 들려오던 새벽, 또 추가로 3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되었다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먹먹한 가슴으로 댓글창을 펼쳤을 때, 누군가 적어 놓은 맨 위의 댓글 한 줄이 가슴을 후려쳤다. "너희는 참 예쁜 꽃... 다음 번에는 더 활짝 피어나길!" 거의 메마른 듯 쉽게 흘러나오지도 않던 눈물이 다시금 왈칵 쏟아졌다. 불과 5일 전까지만 해도 하나 하나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뛰놀고 공부하던 예쁜 꽃들이 이제는 시신 1구, 시신 2구, 라고 불리워지며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하나 하나 끌어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제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너희는 참 예쁜 꽃..." 하루종일 내 머릿속에는 ..
2009년 설경구와 결혼하면서부터 줄곧 맘고생이 심했던지, 무려 5년만에 송윤아가 악플러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며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들 부부가 조용히 살기를 바랐기 때문에 별로 응원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으나, 기왕 시작한 일이니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과도 좋지 못할 것이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설경구 전부인의 친언니임을 사칭하며 글을 올렸던 최초의 루머 유포자를 찾아내어 세상에 공개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법의 힘까지 끌어들인 이상, 그 범인을 찾아내는 일쯤이야 전혀 어려울 것도 없지 않겠는가? 그들의 주장대로 루머가 확실하다면 말이다. 그렇게만..
우리의 영원한 피겨 퀸 김연아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상대는 31세의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이다. 디스패치의 발표에 따르면 그들은 지난 2012년 태릉 선수촌에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김연아는 7월에, 김원중은 4개월 후인 11월에 입소했다. 태릉 빙상장에서 각자의 훈련에 집중하며 피땀 흘리는 동안, 두 사람의 눈빛은 어떻게 교차되었을까? 언제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까? 처음에는 따로 데이트를 할만한 시간이 없어서, 가끔 외출이나 외박, 포상휴가 등을 받으면 함께 저녁을 먹는 정도였다고 한다. 김원중은 국내 아이스하키 팀 부동의 에이스로서 현재는 국군체육부대 '대명 상무' 소속이니 사실상 군인 신분이다. 국군체육부대는 2018 평창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2012년 11월에 하키팀..
올림픽 무대에서 펼치는 김연아의 마지막 연기가 시작될 때, 나는 기도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을 평온히 감싸 주십시오. 떨림이나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모두 사라지게 해 주십시오. 출중한 재능뿐만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고상한 인품까지 주셨으니, 얼마나 특별히 사랑하시는 그녀인지요! 그 사랑으로 지금 이 순간, 연아의 온 몸과 마음을 따뜻이 감싸 주십시오." 마치 얼음의 요정이 뛰놀듯 하얀 빙판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의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저절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시울이 젖어 왔다. 흠결없이 완벽한 그녀의 스케이팅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다.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 것인가! 그런데 참 ..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예상과 기대에 살짝 못 미쳐 안타깝던 가운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반가운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면서도 석연찮은 실격 판정을 받아 흘려야 했던 분노와 통한의 눈물을 깨끗이 씻어내 주는 통쾌한 금메달이었다. 그 때 한국팀이 실격되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갔던 중국은, 이번에는 오히려 실격 처리를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기서 모든 금메달의 가치가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해 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 대표팀의 막내 심석희 선수였다. 이 가녀린 17세 여고생은 중국팀의 반칙으로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하는 위기를 겪고서도 아랑곳 없는 폭풍 질주로 팀의 우승을 이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너무 힘들 때면, 그냥 잠시 주저앉아 쉬어도 좋았을 것을 버틸 힘이 없는데,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쓰다가, 애쓰다가 그렇게 가버리다니 강한 사람만 사는 세상인가, 약한 사람도 살아야지... 잘난 사람만 사는 세상인가, 못난 사람도 살아야지... 사랑받아야만 사는 건가, 미움받고 외면당해도 그냥 사는 거지... 때로는 약하게 주저앉고 때로는 못나게 울음을 터뜨리고 남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서라도 그렇게 숨 쉬며 살지 그랬어 그렇게라도 살다보면, 또 언젠가는 웃을 날도 있을지 모르는데 힘이 다 빠졌는데도 어떻게든 도망치지 않고 버텨 보려다가 이 험한 세상 한복판에서 남은 힘을 다해 버텨 보려다가 그렇게 속절없이 가버리다니 그대들을 기억하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미안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