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드라마를 보다 (25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가 배우 윤상현을 처음 본 것은 SBS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가 윤상현의 데뷔작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평소 팬이던 여배우 김현주 앞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NG를 수십차례나 냈으며 자기 때문에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신인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브라운관에 데뷔하는 중고신인들이 많으니만큼 그런 비슷한 류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연륜도 좀 있어 보이고 연기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기에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예전의 윤상현은 장사를 비롯하여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몇 가지 직종에 종사하며 일반인으로 살아왔을 뿐, 연..
'아가씨를 부탁해' 1회 방송 : KBS2TV 8월 19일 21:55 출연 : 윤은혜, 윤상현, 정일우, 문채원, 이정길, 권기선 등 '아가씨를 부탁해' 첫 방송을 보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근에 방송되었던 인기 드라마 몇 개의 그림자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1. 꽃보다 남자 '아가씨를 부탁해' 첫 회만 본 느낌으로는 '꽃보다 남자'와 거의 쌍둥이 드라마라고 할만하다. 방송 전부터 윤은혜의 캐릭터 강혜나가 '여자 구준표'라는 소문이 떠돌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비슷할 줄이야! 국내 최대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녀)에 출중한 외모, 개념 없고 제멋대로인 성격, 사람을 자기 발 아래로 보는 오만함 등... 오갈데 없는 여자 구준표다. 윤상현..
'혼' 4회 방송 : MBC 8월 13일 (목) 21:55 출연 : 이서진, 김갑수, 임주은, 이진, 건일, 유연석, 김성령 등 너무 겁을 먹었던 걸까? '혼' 4회를 보고 난 심정은 차분하다. 온 힘을 다해 악(惡)에 대항하던 주인공 신류(이서진)가 악령의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해 오히려 점점 악령에 사로잡혀 가는 이른바 '엑소시스트' 류의 작품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신류는 지극히 인간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선택으로 악의 길로 접어든다. 어쩌면 신류의 선택을 온전히 '악'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 목적이 자기의 복수를 겸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타인을 살해하는 것, 더구나 자기를 지극히 신뢰하고 있는 한 소녀의 영혼을 조종하고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혼' 3회 방송 : MBC 8월 12일 (수) 21:55 출연 : 이서진, 김갑수, 임주은, 지연, 이진, 김성령, 건일, 유연석 등 '혼'은 내게 있어서는 참으로 보기가 힘든 드라마이다. 나는 그야말로 요즘 '기를 쓰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계속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서라고나 할까? 1회에서는 어두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마음을 뒤흔들고, 2회에서는 슬쩍 한 박자 쉬는가 싶더니, 3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지만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그러나 역시 외면하기도 어려운, 처절하고도 무거운 명제를 던져 놓음으로써 내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3회 초반에 프로파일러 신류(이서진)와 그의 연인(?)인 법 정신의학 전문의 이혜원(이진)은 '범죄자의 ..
'혼' 2회는 어설프긴 했지만, 내게는 다행히도 무난했다. 1회에서 받은 충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2회를 시청했는데, 이번에는 어두운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내용도 거의 없었고 끔찍한 장면도 별로 없었다. 이렇게 되면 공포물로서의 가치가 많이 손상되기는 하겠으나, 내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목적은 공포를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서진과 김갑수, 이진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연기를 보기 위함이므로, 스토리 진행과 구성 면에서 상당히 어설펐던 '혼' 2회에 나는 그런대로 만족했다. 어떤 점에서 구성이 어설펐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분의 포스팅에서 충분히 언급이 되었으므로 내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구나 내가 오늘 하고 싶..
이서진의 컴백을 기다리며 조금은 기대해 왔던 MBC 납량특집 드라마 '혼'을 드디어 시청했다. 재미있었다. 이서진의 안정적인 연기와 이진의 성숙한 모습이 반가웠고, 학생 역할을 맡은 신인들(임주은, 지연, 건일,유연석 등)의 연기도 신선했다. 게다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포스 작렬해 주시는 김갑수씨가 계셔서 더욱 믿음이 갔다. (김갑수씨, 요즘은 주로 악역으로 나오시는 것 같다. 선한 역할도 잘 어울리시는데^^) 이렇게 재미도 있고 연기자도 좋고 구성도 탄탄해 보여서 앞으로 기대되는 작품인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시청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제 '혼' 1회를 보면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두운 기억들이 섬뜩할 만큼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꼈기..
'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는 화려한 볼거리와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적 구성으로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게는 좀처럼 채널을 그쪽으로 돌리게 되지 않는 거부감이 있었다. 지성, 성유리, 이완 등 주연급들의 연기도 그리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닌 듯하고, 특히 평소 좋아하던 유오성의 등장과 중후한 악역의 전광렬 때문에라도 볼만한 것 같긴 한데 갈수록 묘한 거부감이 든다. 그 이유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작위적 설정'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이야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전쟁 때문에 진정한 작품성보다는 부수적인 다른 면들에 치중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태삼'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우선, 지난번 '태삼'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최인호 작가의 ..
이하루(민효린)와 장현태(윤계상) 등의 이기적인 사랑에 질려서 외면하겠다고 생각했으나, 종영을 앞두고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트리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무심한 시선이었을 뿐이나, 역시 주인공 이하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급작스런 감정선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음에도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최종회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크게 지탄받을 일 없었던, 나름대로 상큼했던 조해윤(이선균)과 강상희(김희) 커플은 쌍둥이를 낳아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던 상희가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평범한 엄마로 변신한 것은 일견 흐뭇하기도 했다. 장현태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대쉬로 지탄받았던 윤계상..
요즘 MBC에서 방송되는 수목드라마가 "트리플"이죠. 많은 분들에게 질타를 받았고 시청률도 좋지 않고... 한편에서는 예쁘게 보아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트리플"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일본 선수를 롤모델로 한 드라마라거나, 주인공들의 사랑이 너무나 상식적이지 못하고 비정상적일 만큼 쿨해서 지겹다거나 등등... 굳이 김연아 선수와 연관된 내용을 들추지 않더라도 참 트집 잡힐 데가 많은 드라마 "트리플"인 것은 맞는 듯 합니다. 그래도 저는 아련히 여중시절에 즐겨 읽던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해주는 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소재는 위험하지만 잘만 다루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붓오빠를 향한 소녀의 애달픈 사랑도 그렇고, 친구의 아내를 향한 아슬아슬한 연정도 그렇고... 왠지 금단의 열매가 더욱 탐스러운..